1. 북한의 사회주의도덕 교육
이 글은 오기성 교수의 논문 "구성주의 도덕교육론을 통해 본 북한의 사회주의도덕 연구"를 바탕으로 북한의 도덕교육을 분석한 글이다. 북한의 도덕교육은 체제 유지와 수령에 대한 충성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관점을 가진 논문을 바탕으로 쓴 글로, 독자 여러분의 다양한 생각과 의견들을 주시기 바란다.
북한 도덕교육의 핵심 목표는 수령에 대한 충실성 고양, 김정일애국주의 정신 함양, 집단주의 정신 고양, 계급투쟁 의식 강화, 일상생활 및 공중도덕 교육, 사회주의 준법 교양이다. 이는 ‘사회주의도덕’의 교수 목표에서 드러나는 내용이다.
또한, 남한의 의료비 문제를 교과서에서 직접 다룸으로써, 의료조차 돈이 없으면 받을 수 없는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반대 의식을 고양하고 있다. 남한 사회를 반자본주의 교육의 살아 있는 교재로 사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2. 구성주의 도덕교육관점에서 본 북한의 도덕교육
구성주의 도덕교육론은 도덕교육은 도덕성의 인지적, 정의적, 행동적 측면들 모두 종합적으로 교육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관점에서 보면, 사회주의도덕 교과서 역시 통합적 접근을 추구하고 있다. 그러나 특별히 ‘마음’이라는 단어가 강조되는 등 정의적 측면에서의 도덕성이 강조되는 경향이 있다.
두 번째로, 인류가 보편적으로 추가하는 가치 덕목에 대해 학습자들이 주도적으로 검사, 해석하는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관점에서 사회주의도덕 교육 교과서를 분석하면 정직, 양심, 내면의 아름다움, 협동, 책임, 성실 등을 다루고 있으나, 사회정의나 권리와 관련된 내용이나 덕목은 다루고 있지 않다고 할 수 있고, 이러한 교과서 기술 경향은 북한의 도덕교육이 유일 체제 순응적 인간의 양성에 중점을 두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논문은 주장한다. 논문의 저자는 사회정의와 권리에 관한 내용이나 덕목이 없다고 주장했으나, 필자의 생각은 다르다. 계급투쟁 의식을 고양하는 부분에서 사회정의와 권리에 관한 덕목과 내용을 다루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앞서 말한 부분과 다른 관점에서 보면, 부모에 대한 효, 가족 간의 사랑, 형제자매간 우애와 친구 간 우정, 상호 도움과 협동, 공중도덕, 일상생활 예절, 건강, 안전 등 도덕교육이 보편적으로 지향하는 가치나 덕목에 근거를 두고 있는 내용이 주목된다. 이는 도덕 교육이론뿐 아니라 서구의 인격교육이 지향하는 가치 덕목과 상당 부분 공통점을 보여준다. 이른바 ‘백두성상’이 등장하는 내용에서 김정일이나 김정은의 효를 본받아야 한다는 내용을 제외하면, 교과서에서는 이러한 보편적 도덕 관련 내용을 수령에 대한 충실성과 연계시키지 않고 있다.
반면 이러한 덕목이나 가치를 학습자가 스스로 이해하고 해석의 기회를 부여하고 있는 내용을 담고 있지는 않은 것이 주목된다. 결국 교과서는 가치와 덕목을 전수하는데 중점이 있다. 즉, 학습자가 주도적으로 검사, 해석하는 기회는 제공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세 번째로, 학습자들이 생활하고 있는 현재의 공간에서 직면하는 도덕적 딜레마나 이슈를 다루고 있는가의 문제인데, 사회주의도덕 교과서에서 활동으로 제시되는 것들을 살펴보면 학습자들의 삶의 현장에서 실제 발생하는 사례를 중심으로 기술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반제국주의 의식 고양을 위한 단원에서 과도한 비약이 등장하는 경우도 있으나, 전반적으로는 학습자의 실제 생활세계를 중심으로 한 활동들을 제시하고 있다.
넷째, 인지적 갈등과 불균형을 일으키는 내용을 통해 관점채택과 도덕적 추론 및 판단능력 등을 증진시키고 있는지의 문제를 교과서를 통해 살펴보면, 단원의 끝부분에서 ‘왜’라는 질문을 통해 비교적 단순하기는 하지만, 도덕적 추론과 판단, 의사결정 등의 탐구를 유도하는 형태로 내용을 제시하고 있다. 지도서에서 학습자의 자기주도적 학습 차원에서 토론, 질의응답, 소집단학습, 멀티미디어학습 등을 강조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교과서에서는 교사와 학생간 토론, 근거 제시의 타당성 탐색, 다양한 자료나 윤리적 근거 제시의 차원이 미흡하다는 아쉬움이 있다.
세부적으로 들어가 보면 여러 측면에서 긍정적 구성이 발견된다. 예컨대 형식 측면에서 보면, ‘생각해봅시다’의 경우에 다양한 제시 방식이 주목된다. 말풍선을 활용하는 경우, 노래 가사나 시를 활용하는 경우, 만화나 사진, 영화를 활용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제시하고, 말미에 “......에 대해 학생은 어떻게 생각합니까?”를 통해 동기유발 및 학습문제에 대한 암시를 하고 있다. ‘읽고 토론해 봅시다’의 경우에는 추상적인 이념이나 덕목을 제시하지 않고 철저하게 학습자들의 생활세계와 관련한 딜레마와 유사한 내용이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토론 주제로는 부적절하다고 볼 수 있는데, 무엇보다 유사 딜레마이지만 이야기의 결론이 이미 제시됨으로써 토론의 여지를 차단한다는 점이다. 모든 단원의 ‘읽고 토론해 봅시다’에 제시된 예화는 이런 형태이다.
다섯 번째로, 반성적 추상화를 촉진할 수 있는 내용을 다루고 있는가의 문제이다. 예컨대 학생들은 자신의 도덕적 경험과 그러한 경험에서 사용한 자신의 의도나 전략 등에 대하여 성찰을 해봄으로써 보다 고차적인 도덕적 지식과 이해를 구성할 수 있는 내용을 교과서에서는 다루고 있는가의 문제이다. 사회주의도덕 교과서의 경우 실생활에서 일어날 수 있는 유사 사례를 제시하고 자신이 어떤 것을 알고 있고 어떻게 행동했는지를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생활과 관련된 사례를 제시할 때 학습자가 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교과서가 답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있다.
끝으로, 학습을 위한 상호작용으로서 의사소통과 문제 해결, 상호 조정 행동을 통해 협동적으로 대화 활동을 통한 도덕적 대안 탐구로 교과서가 구성되었는가의 문제가 있다. 다양한 발문과 적극적인 의사소통 활동은 제시되고 있으나, 교사와 학생의 질의응답으로 대부분의 활동이 구성되어 있다.
결론
구성주의 도덕교육론이라는 이론과 북한의 사회주의도덕 교과목을 중심으로 글을 작성하였다. 북한의 도덕교육은 주로 토론과 논쟁보다는 교수자가 답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경향성을 보이고 있는데, 이런 교육 방식의 장단점과 그렇게 진행되고 있는 이유 등에 대해서 추가로 탐구할 필요가 있다고 느껴진다. 또한, ‘혁명수호’라는 관점에서 스스로 답을 찾기보다는 정해진 도덕적 옳음을 가르치고 있는지에 관한 연구와 우리가 바라는 새로운 세상에서도 혁명 수호를 위해 정해진 옳음을 가르쳐야 하는가에 대한 토론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