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006년 입법평의회 선거 이후 가자지구
2006년, 두번째 팔레스타인 입법평의회(PLC) 선거에서 하마스는 전체 132석 중 과반 이상인 74석을 차지하는 충격적인 성과를 거두었다.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를 주도하는 조직인 파타가 기존 5석의 의석을 잃고 45석만을 가져가며 제 2정당으로 밀려나는 결과가 나오자 이스라엘과 서방은 즉각 경제제재를 가하기 시작했다. 중동 4자회담(유엔, 유럽연합, 미국, 러시아로 구성된 팔레스타인-이스라엘 간 중재 회의체)은 하마스가 집권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에 이스라엘을 국가를 인정할 것, 이스라엘 정부와의 기존합의(오슬로 협정)을 인정할 것, 무장저항 지원을 포기할 것을 압박했다. 그러나 하마스 중심으로(파타에게도 연정 구성을 제안했지만 파타 측에서 거절) 구성된 팔레스타인 정부는 이 조건들을 거부했다.
그러자 파타 소속 대통령(팔레스타인 정부는 외교와 군권을 담당하는 대통령, 행정을 담당하는 총리가 협력하는 이원집정제로 운영된다) 마흐무드 압바스는 하마스 집권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와 협력을 거부했고, 서방은 공식적으로는 경제제재를 지속하면서도 압바스 대통령에겐 제재를 우회하며 자금을 지원해주었다. 하마스에 압도적인 지지를 보내던 가자지구에서 파타는 서방의 자금에 힘입어 폭력사태를 일으키기 시작했고 하마스는 이에 대응해 가자지구 내 파타 전투원들을 진압했다. 2007년, 하마스가 가자지구를 완전히 통제하는데 성공하자 대통령 압바스는 하마스 주도 자치정부를 해산하고 임의로 총리를 임명하였으며, 이에 따라 가자지구와 서안지구는 사실상 분리되었다. 2008년 예멘 사나에서 하마스와 파타는 평화협정에 합의했지만 가자와 서안 간의 분리는 정리되지 않은 체 파타가 통치하는 서안지구와 하마스 비상정부가 통치하는 가자지구로 나뉘게 되었다.
2. 2026년 가자지구 정권이양

그러나 2026년 7월 7일 하마스는 스스로 비상정부를 해산하며 가자지구 국가행정위원회(NCAG)에 통치권을 이양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국가행정위원회는 어떤 조직일까?
가자지구 국가행정위원회는 2025년 트럼프 주도 평화위원회를 승인하는 내용의 유엔안보리 결의안 제2803호를 근거로 트럼프가 주도해 구축한 중립적 기술관료들의 가자지구 행정조직으로, 팔레스타인-이스라엘 전쟁으로 파괴된 가자지구의 행정을 복원하고 평화협정을 관리하는 것이 목표라고 주장된다. 당초 하마스는 평화위원회 구상 자체에 반대했지만 이스라엘의 지속적 학살 끝에 민족적 대의를 위해 평화협정에 동의한 이래로 국가행정위원회 구성에 참여하였다. 그리고 올해인 2026년에 들어 국가행정위원회 위원들이 선출됨에 따라 국가행정위원회는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였다.
동시에 하마스는 지금까지 이스라엘군의 철수 거부, 이스라엘군 및 이스라엘의 지원을 받는 각종 민병대들의 휴전위반 행위에 문제를 제기하며 비상정부 조직을 계속 유지하고 있었으나 7월 7일, 결국 비상정부를 해산하면서 평화협정 이행의 의지를 드러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무장해제를 서두르고 있지 않다는 이유로 철군하지 않고 있으며, 하마스 또한 이스라엘군의 완전 철수 전까지는 무장해제를 할 이유가 없다며 버티고 있다. 국가행정위원회 또한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군의 철수와 이스라엘 지원 민병대, 하마스를 위시로 한 저항세력들의 무장해제 및 평화위원회 주도 국제안정화군의 주둔이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가자지구에 진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국가행정위원회는 이집트 카이로에 임시본부를 둔 채로 가자지구 내의 유엔 기구들과 함께 인프라 복원 계획 등을 조율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현재 가자지구에서 실질적인 행정은 여전히 복구되지 않고 있으며, 옐로우 라인(이스라엘이 임의로 그려 놓은 가자지구 내 경계선) 바깥으로는 이스라엘과 민병대가, 안으로는 저항세력이 통치를 이어가고 있다. 이스라엘군의 철군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실제로 NCAG가 행정을 담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3. 11월 26일 팔레스타인 입법평의회(PLC) 선거
하마스의 비상정부 해체와 국가행정위원회로의 권한 이양 이후 26년 7월 9일 마흐무드 압바스 대통령은 동년 11월 28일에 팔레스타인 입법평의회 선거를 진행한다는 법안을 발표했다. 2008년 이후 하마스와 파타는 여러 차례 총선거를 다시 치르기 위한 협상을 진행해왔지만 PLO와 오슬로 협정 인정문제, 선거 주관문제, 이스라엘의 선거 방해 문제 등을 이유로 선거는 미루어져왔다. 그 동안 가자지구는 상술했듯 하마스 비상정부에 의해, 서안지구는 대통령 압바스의 행정명령에 의해 통치되어 왔다.
다시 한번 총선거가 결정되자 하마스는 곧장 대응에 나섰다. 하마스는 압바스의 독단적 운영에 지친 파타 이탈파인 파타 민주개혁파, 인민저항위원회(PRC) 및 무소속 정치인들과 선거연대를 꾸렸다. 또한 팔레스타인 이슬람 지하드(PIJ)는 현 PLO 체제와 오슬로 협정 인정을 거부함에 따라 선거 출마는 거부했지만 하마스 중심 연합명단을 지지하겠다고 발표하며 사실상 선거연대에 참여했다. 하마스는 최대한 광범위한 선거연합을 꾸리기 위하여 팔레스타인 해방인민전선(PFLP), 팔레스타인 해방민주전선(DFLP), 그리고 해방인민전선-총사령부(PFLP-GC)와도 지속적으로 회담을 가지고 있다. 당초 PLO문제와 오슬로협정 반대를 이유로 저항세력들이 선거를 보이콧하기를 기대했던 파타는 이들이 최종적으로 뭉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해 민주개혁파와 접촉하고 PFLP에 PLO 보조금 복원을 제안했지만 큰 성과는 거두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 선거가 진행될지는 미지수이다. 이스라엘은 계속 가자지구에 대한 무력봉쇄와 서안지구에 대한 영토침략을 지속하고 있으며 저항세력의 무장해제 없이는 그 어떤 휴전협정 상의 조치도 이행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또한 평화위원회의 기존 계획에도 선거 진행이 존재하지 않기에 미국과 트럼프가 과연 선거를 가만히 두고 볼 지를 장담할 수 없다. 실제로 21년에도 팔레스타인 입법평의회가 총선거를 시도하였으나 동예루살렘 지역에서는 이스라엘의 방해로 투표가 진행되지 못하였고 이를 핑계로 압바스가 선거를 무기한 연기시킨 사례가 있다. 가자지구의 행정력이 완전히 무너진 오늘날, 이스라엘과 미국이 선거에 대한 물리적 방해를 시도할 가능성, 그리고 압바스가 다시 한 번 이를 핑계로 선거를 중지할 가능성이 남아있다.
4. 어떻게 연대할 것인가
팔레스타인 연대세력은 가장 먼저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군의 철군을 요구해야 한다. 현재 가자지구 행정붕괴를 유발하고 있는 최대의 문제요소인 가자지구 주둔 이스라엘군은 범죄자들을 모아 친 이스라엘 민병대를 구성하고 각종의 사회혼란을 불러오고 있다. 이들의 납치, 요인암살 등 적대행위와 여러 범죄, 그리고 이스라엘군의 직접 공격에 대응하기 위해 팔레스타인 무장력이 유지되고 있는 상황에서 저항세력에게 무장해제를 요구하는 것은 강도 앞에서 무기를 버리라는 것과 같은 말이다. 현 상황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 양측 모두를 같은 폭력이라고 묘사하는 것은 곧 이스라엘에 복무하는 것이다.
또한 사실상 파타와 압바스의 정치적 이득을 위한 전선체로 전락한 PLO, 이스라엘 정착식민주의의 재생산도구인 오슬로 협정과 두 국가 해법에 대한 단호한 비판, 폭로, 거부가 요구된다.
한 편, 이스라엘에 종속된 현 파타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나아가서 압바스를 몰아내기 위해서는 하마스가 주도하는 선거연대블록의 승리를 지원해야 하며, 가자지구 및 동예루살렘 주민들의 선거참여를 방해하지 못하도록 이스라엘군을 압박해야 한다. 이번 선거가 정상적으로 치러져야만 이스라엘 정착식민주의에 기생하여 민족을 팔아넘기고 칙령 정치로 장기 독재를 이어가고 있는 마흐무드 압바스 정권의 퇴진과 민주적 팔레스타인 정부의 수립을 이룩해낼 수 있다.
오늘날 팔레스타인 연대세력은 팔레스타인 민중의 참정권과 자결권을, 그들이 그들 스스로의 정부를 수립할 권리를 모든 수단을 동원해 방어해야 한다. 그것만이 팔레스타인 전역에서 이스라엘 정착식민주의를 몰아내고 팔레스타인 민족의 주권과 레반트의 항구적 평화를 이룩하는 위대한 길의 첫 걸음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