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사르 알라의 홍해 장악
미국과 사우디의 실패
지난 9월 10일, 안사르 알라(일명 후티)군은 바브엘만데브 만 주요 요충지 모카항을 장악했고, 이어서 바브엘만데브 만 연안과 부속 도서들을 점령했다. 사우디의 지원을 받는 대통령지도위원회(이하 PLC)와 예멘 국민저항 등은 제대로 된 저항도 하지 못하고 물러나야했다. 안사르 알라의 이번 진격은 중동의 정세와 남한 민중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1. 석유 대체 운송 시도의 실패
안사르 알라는 사우디 선박에 대한 홍해 봉쇄를 선언한 바 있지만, 바브엘만데브 만에 대한 안샤르알라의 통제력은 제한적이었다. 후티의 행동은 본인들이 통제하는 연안에서 유조선을 공격하거나 기뢰를 설치하는 것으로 수준으로 제한되었기에 봉쇄 대상국들은 비교적 봉쇄를 우회하기 쉬웠었다. 그러나 이번에 안샤르알라군은 모카항을 비롯한, 기존에 PLC와 그 동맹이 통제하고 있었던 전략적 요충지를 모두 장악하며 바브엘만데브 만 전부를 자신들의 의도대로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실제로 안사르 알라는 모카항을 통해 기뢰를 추가 설치하며 본인들의 능력을 과시했다.
안사르 알라와 가장 치열하게 싸우던 사우디아라비아에게 이는 심각한 피해이다. 본래 사우디는 이란의 호르무즈 봉쇄를 우회하기 위해 홍해를 통해 석유를 수출하고 있었으나, 안사르 알라의 홍해 장악으로 이러한 우회 수출은 큰 위협에 직면하게 되었다. 사우디에게는 다시 새로운 루트를 찾아내거나 이란의 봉쇄를 정면돌파 하는 방법만 남았다. 수에즈 운하를 통과해 지중해를 거치고 아프리카 대륙을 끼고 아시아로 넘어오고자 한다면 석유 운송료가 급격히 증가할 것이고, 이란의 호르무즈 봉쇄를 정면 돌파하는 방안은 미사일과 드론의 공격을 감수해야 한다는 점에서 원유 수출의 난도가 홍해 우회로를 통하는 것 보다도 더 어려워졌다.
게다가 진군 과정에서 자신감을 얻은 안사르 알라는 사우디의 예멘 철수, PLC 지원 철회를 얻어내기 위해 홍해로 오는 석유 파이프라인을 공격하였고, 최근에는 수도 리야드에 직접 폭격을 가하기도 하였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안보 자체가 더 이상 안전하지 않게 되었다는 점에서 사우디는 비단 석유 수출이 어려워졌을 뿐만 아니라 10년대부터 개입해왔던 예멘 내전에서 최종적으로 패배할 위기에 놓였다.
미국 또한 홍해 우회를 통한 유가 안정을 바라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위기를 맞이했다. 이란 정권 붕괴 실패와 호르무즈 봉쇄로 유가 상승 피해를 입어온 미국은 이를 수습하기 위해 우회수송로를 성공시켜야만 했지만 이번 점령은 미국을 완전하게 패배시켰다. 특히나 석유 수출입을 달러로 결제하게 강요할 수 있었던 미국의 중동에서의 전략적 우위가 호르무즈와 홍해의 봉쇄 속에서 사실상 소멸할 위기에 놓여있다는 점에서,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를 유지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던 페트로달러 체제가 파괴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최근 여러차례 미국에게 안사르알라에 대한 공격 동참을 요구했지만 미국은 번번히 거절해왔다. 이는 결국 미국에게 더 이상 중동지역에 추가적으로 군사력을 투가할 수 있는 역량이 남아있지 않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이란의 붕괴를 꿈꾸던 미국은 이제 반군집단이라 멸시하던 "후티"와의 전선을 감당하기도 힘들어진 것이다. 미국은 경제적으로도, 군사적으로도 더 이상 중동 지역에 대한 추가적 영향력을 투사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미국은 중동패권 전체를 자신들과 대립하는 이란에게 넘겨줄 위기에 놓였다. 명백한 실패이다.
2. 홍해 정세 급변과 청해부대 파병
지난 18일 이재명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 때 호르무즈의 실무적 기여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관한 질문에 명시적 파병은 불가하다면서도 청해부대의 작전지역과 범위를 확장해 홍해에서 상선 등을 보호하는 방안 등이 논의되고 있음을 밝혔다.
초계기나 무인 잠수함 파견같은 추가적인 군사력 파견은 아니지만 미국의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이란의 홍해 봉쇄에 대응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인다. 그러나 청해부대 파견 등도 엄연한 군사력 투사의 일종이며, 파견 결정 즉시 대한민국은 안사르알라 및 이란과 전쟁상태에 돌입하게 된다. 상선 보호라는 명목 자체가 결국 홍해에서의 상선 항행을 통제하려는 안사르 알라과 군사적 충돌을 감수하면서 맞서겠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청해부대는 아덴 만 등지에서 해적활동에 대응하기 위한 작전에 투입되어 있으며, 이들의 무장력은 정규군에 비하면 매우 부실하다. 청해부대는 해적 등의 범죄집단에 대응할 수 있는 수준의 준비만 이뤄져 있는 상태다. 반면 안사르 알라는 반군으로 불리우고 있지만 해상, 공중드론은 물론 자체 미사일도 운용하고 있는, 정규군 수준의 타격 능력을 갖추고 있는 홍해의 거대 무력집단이다. 청해부대에게는 안사르알라에 맞서기 위한 방공자산이 충분치 않기에, 청해부대는 안사르알라와 군사적 적대관계에 놓이자 마자 원거리 타격 무기들에 의해 큰 피해를 입을 수 밖에 없다.
수많은 장병이 죽을 것이고, 이를 빌미로 친미극우세력과 미국은 추가적인 파병을 요구하기 시작할 것이다. 청해부대 파견은 매우 곤란한 상황을 불러올 확률이 매우 높다.
청해부대는 본래 역할을 수행하게 두어야한다. 그렇다면 한국 상선들의 통행을 위해 우리가 추진해야 할 대안은 무엇인가? 결국 호르무즈를 통제하고 있는 이란과, 그리고 홍해를 통제하는 실질적인 예멘정부인 안사르알라와 긴밀하게 대화해야 한다. 미국은 중동지역에서 영향력을 상실하고 있을 뿐 만 아니라 이 전쟁의 목표조차 제대로 설정하지도 못하고 있다. 더 이상 신뢰는 커녕 진지한 대화조차 할 수 없는 상태의 국가가 된 것이다. 이런 미국을 믿고 파병이라는 도박을 하는 것은 백해무익한 행동이다. 이란의 대한 호오와는 별개로 현재 두 해협에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중요한 주체인 이란과 협상하는 것은 한국에게 가장 합리적인 수이자 유일한 수이다.
단기적으로 확약을 얻어내지는 못하더라도, 이란과 안사르 알라의 해협 운영이 전면화 되기 전에 우선적으로 관련 조건을 협상하는 것이 그 이후에 협상하는 것 보다 안정적인 통행을 담보받을 수 있다. 만약 파병 등으로 불필요한 마찰을 빚는다면 평화시기에도 해협 통과에 거대한 불이익을 받을 것이고, 결국은 트럼프와 미국의 비위를 맞추려다가 국가경제 자체가 붕괴하는 결과로 이어질지도 모른다.
한국의 모든 양심세력은 청해부대 파견을 비롯한 우회 파병에 단호하게 반대하고 이란 및 안사르알라와의 협상을 강력히 요구해야 한다. 자신들이 벌인 침략전쟁에 한국을 끌어들여 한국인들에게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려 하는 미국의 영향력에서 이탈하고 자주적이고 독립적인 외교를 펼치는 것만이 작금의 상황을 평화롭게 풀어나갈 유일한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