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살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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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살펴보기

1. 러시아, 우크라이나 정권 분석

(1) 러시아의 푸틴 정권

1999년 권한대행 체제를 지내고, 2000년 처음 집권한 이래로 블라디미르 푸틴은 거의 24년간 집권하고 있다. (메드베데프가 잠시 대통령을 지내긴 했으나 전후로 푸틴 정권의 총리직을 수행하고 있는 인물로 사실상 푸틴 집권기의 연장선으로 여겨진다) 푸틴은 기존의 옐친 정권과 비교했을 때 어느 정도 계승하면서도 이질적인 부분이었다. 우선 기존 옐친처럼 올리가르히의 중재자이자 대리자로서 정권을 안정시키는 데 반해, 실무진들을 KGB 출신들인 실로비키로 채워서 본인의 권력구조를 공고히 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편, 외교적으로는 정권 초기에는 어느 정도 실리적이고 중립적인 모습을 보였으나, 2008년 조지아 침공, 2014년 크림반도 합병을 거치면서 미국과 서방과 대립각을 세우는 강력한 행위자로서 그 모습을 드러냈다.

이런 푸틴 정권을 움직이는 동력은 자본수출을 열망하는 올리가르히들과, 고르바초프와 옐친을 지나면서 서방과 협력하고 숙이는 모습의 실망한 대중들의 지지를 통해 이어진다고 볼 수 있다. 가즈프롬 등 여러 러시아 기업은 푸틴을 밀어주는 대신 사업적인 이익을 보장받는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한편, 대중들은 소련 붕괴 이후 급격하게 무너진 경제와 국제사회에서 러시아의 영향력을 다시 복원하려는 푸틴의 행보에 지지를 보내는 것이다.

두 지지층의 결합과 푸틴의 행보가 맞물린 곳이 바로 우크라이나인 것이다. 우크라이나의 석유, 야금, 농지 등을 노리고 있는 러시아의 기업들과, 같은 슬라브 민족이고 한때 같은 나라였지만 지금은 반러노선을 채택한 우크라이나를 복속시킴으로써 러시아의 영향력을 확인하고 싶어 하는 대중들의 의지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끌어낸 것이다.

(2)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 정권

오늘날 우크라이나 정치에 관해서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유로마이단 운동부터 이야기해 보아야 한다. 유로마이단 당시 집권했던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은 도네츠크에 정치적 근거지를 두고 있는 친러시아 성향의 정치인이었다. 집권 전부터 친유럽 지지자들에게 비판받던 그가 EU의 차관을 거부하고 러시아의 차관을 받아들인 결정이 도화선이 되어서 친유럽 우크라이나인들의 대규모 정치시위가 유로마이단인 것이다. 이후에도 시위에 대한 폭력적인 진압과, 친유럽적 정책을 약속했다가 곧바로 철회하는 악수들이 겹치며 민심은 완전히 난리가 났고, 야누코비치는 러시아로 망명하면서 유로마이단은 친유럽 정치세력의 승리로 끝난다. 유로마이단의 지지를 받으며 집권한 페트로 포로셴코는 초창기에는 지지를 받았으나, 그 역시 여러 부정부패에 연루되면서 정권 말기로 갈수록 지지를 잃어버린다. 친러와 기존 친유럽 정치인들에게 모두 실망한 시민들은 새로운 정치세력을 추구했고, 당시 정치풍자 코미디로 인기를 얻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가 본인이 출연하던 정치 코미디극의 제목을 따 창당한 인민의 종에게 지지를 보내게 된다. 한편, 유로마이단 당시 우크라이나 서부 지역의 친서방 시위에 반감을 품은 동부 지방에서도 정치적 동요가 생기게 된다. 당시 친서방 주의자들은 친러 지역을 무시하거나 친러시아 우크라이나인들에게 폭행을 가하면서 친러시아 지역을 압박했고, 오데사 지역의 노동조합에 방화 범죄를 일으키는 사태까지 일으켜 동부 지역의 반서방 감정이 최대치에 달했다. 결국 동부 여러 지역에서 친러 분리주의 정부가 수립되었고 이들 중에서 바로 진압되지 않고 2022년까지 독립 국가로 남아있던 곳이 도네츠크와 루한스크이다. 젤렌스키는 이들을 진압하기 위해 반데라(우크라이나의 민족주의자, 나치 협력자) 추종자들을 전선에 투입하고 국군으로 편입하는 등 여러 무리수를 펼치다가, 잠시 평화협정을 체결하기도 했지만, 이 협정을 일방적으로 파기하는 모습을 보였다. 러시아는 돈바스 지역의 독자 정부들을 지원하고 그들을 이용해 우크라이나를 견제했다.

젤렌스키 정권은 결국 친유럽, 친서방을 통해 정치, 경제적 입지를 강화하려는 반러시아 연대라고 할 수 있다. 유럽은 우크라이나를 통한 러시아 견제, 미국은 유럽의 반러시아 감정 확산을 통한 유럽과의 결합을 추구한다. 한편, 젤렌스키는 러시아와의 대립을 이용해 본인을 반대하는 정치 세력들을 견제, 탄압하고, 정치적 입지를 다지려고 하고, 반데라 추종자들은 젤렌스키를 이용해 러시아의 영향력을 부정하고 유럽적인 민족국가 건설을 바라는 것이다.

이러한 각자의 염원들과 정치·경제적 이해관계를 살펴보면 젤렌스키와 우크라이나의 현 상황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2.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현재

러시아로 편입될지 말지 투표하는 루한스크군의 병사

2025년 현재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은 러시아가 천천히 점령지를 늘려가고 있지만, 당초 예상보다는 전선의 전진이 더딘 편이다. 전쟁 직후에는 벨라루스를 통과해 키이우(키예프)를 직접 포위하기도 했으나 금세 패퇴하였고, 이후에는 우크라이나의 동남부 지역에 군대를 집중해 점령지 확보에 나섰으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력 차를 감안하면 적은 영토만을 확보했다. 우크라이나는 초기에 러시아의 키예프 포위와 동남부 지역을 향한 진군을 저지하는 데 성공했고, 특히 키이우(키예프)가 위태로운 상황에서도 젤렌스키가 키이우(키예프)에 남아있는 모습을 보여주며 국제적으로 저항자의 이미지를 선전했다. 선전의 효과와 각국의 이해관계를 공략해 서방 국가, 특히 미국에서 제공한 무기 지원을 통해 전쟁을 이어갔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 국가들도 점점 비용을 감당하지 못했고, 각국 민중의 전쟁지지도 줄어들었다. 또 병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강제징집까지 하고 있지만, 여전히 인구는 부족한 상황이다. 더군다나 러시아를 압박하기 위해 실행한 쿠르스크 공격은 전혀 이득을 보지 못한 채 군사력만 소비하고 철수하고 있다.

총합해 보자면, 러시아는 현대전의 발전을 감안하더라도 전쟁 초반 보여준 모습은 군사력 2위라고 하기에는 부족한 수준이다. 우크라이나는 전쟁 초반 사기를 끌어 올리고 서방으로부터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생각보다 잘 싸웠다. 하지만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감당할 수 없는 손실을 보았고, 이 때문에 서방 지원을 받고 있음에도 러시아군의 진출을 지연하는 것조차 어려워지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흔들리는 사이에 러시아는 천천히 자신들의 점령지를 넓혀가고 있으며, 점령지에 행정 기구를 설치해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전선은 점차 러시아가 이득을 보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3. 트럼프의 러우전 협상 개입과 영향

트럼프 정권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놀라운 행보를 이어갔다. 러시아 규탄 반대, 광물 협정 논란과 백악관 말싸움 등 많은 사건이 있었지만, 그 밑에 숨어있는 목표는 "전쟁 지원은 돈이 많이 드니 미국은 손해 보지 않고 전쟁에서 손을 떼겠다."이다. 우크라이나는 당초 미국의 지원 중단과 불합리한 광물 협정 등에 반발하면서 대립각을 세웠지만 완전히 거부하지는 못하고 평화 협상에 참여하는 대신 미국의 안보 지원을 어느 정도 유지하는 쪽으로 미국과 타협했다. 러시아는 미국의 전쟁 지원 중단과 평화 협상에 호의적으로 반응하면서도 직접적인 언급은 자제하는 중이다. 오히려 최근에는 푸틴이 직접 군복을, 입은 모습을 언론에 노출하면서 찬전 여론을 유도하고 있다. 러시아의 가장 큰 목표는 결국 우크라이나의 중립화-친러화인데, 평화 협상에서 다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이중적인 태도를 보인다고 추측한다. 전쟁으로 충분히 목표를 이룰 수 있는 상황에서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설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비록 최근에 30일 동안 에너지-인프라 시설에 대한 공격 중단에 합의했지만, 교전 행위가 계속되는 한 종전에 큰 진전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한편, 미국의 미적지근한 태도에 유럽에서는 러시아가 유럽에 군침을 흘릴 것이라는 걱정을 우익정치 세력들이 퍼트리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독일 총선에서 1당을 차지한 기독교민주당 대표 메르츠는 독일은 미국과 상관없이 러시아에 대한 지원을 늘릴 것이라고 발언했고, 프랑스 대통령 마크롱은 유럽군의 우크라이나 파병을 주장하고 있다. 여러 유럽 국가에서 징병제 부활, 군 규모 확대 논의가 활발해지는 등 유럽의 재무장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아직은 초기 단계이지만, 유럽이 재무장을 감행한다면 국제 정세를 위협하는 새로운 불꽃이 될 것이다.

4. 전 세계 진보 진영의 대응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어느덧 3년 차를 맞이한 지금, 미국 행정부의 바람과는 별개로 전쟁이 쉬이 끝나지는 않을 것이고, 오히려 장기전으로 넘어가면서 여전히 세계정세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전쟁이 장기화하는 지금 진보 진영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현재 진보 진영에서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둘 중 하나를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집단들이 존재한다. 이들은 각자의 논리에 따라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적극 지지하고 적대 국가의 실패를 기도한다. 하지만 두 논리 모두 어느 정도 함정을 가지고 있다.

 일단 러시아를 지지하는 쪽에서는 러시아가 미국 제국주의에 대항하는 반제국가이며, 우크라이나 파시스트 정권에서 신음하는 우크라이나인들을 돕고, 돈바스의 민족해방을 지원하는 것이기에 러시아를 지지해야 한다고 말한다. 물론 러시아가 미국에 대항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러시아가 미국과 갈등을 빚어낸다고 해서 반제국가가 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러시아 기업들은 주변국에 자본수출을 하면서 이윤을 얻고 있고, 이 수익을 기반으로 다시 종속관계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그리고 러시아 정부에서도 반전운동, 소수자 운동을 탄압하며 극우적 색깔을 강화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돈바스 민족해방의 성격을 지녔다는 주장 또한 돈바스 사람들이 러시아에 합류할지 독립 국가로 남을지 존중하지 않은 체 독립주의자들을 정치에서 일방적으로 배제한 것을 볼 때, 러시아가 돈바스 민족해방을 지원한다고 보기 어렵다. 또 다른 편에서는 우크라이나가 강대국인 러시아에 당하고 있으니 약소한 민주주의 국가 우크라이나를 지지하고 반민주적인 러시아에 반대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것 또한 우크라이나의 현 상황에 대한 잘못된 이해에 기반을 두고 있다. 우크라이나 내부에서 친러 야당과 공산주의자들을 향한 반민주적 탄압이 이루어지고 있고, 우크라이나어 우선법을 통과시키면서 러시아어나 헝가리어 차별을 하고 있다. 또 우크라이나는 미국, 서방의 경제적 침투를 허용하고 미군 배치를 희망하는 등 적극적으로 서방 제국주의의 부역하고 있다. 이런 점들을 종합할 때, 우크라이나는 미국의 신식민지를 자처하고, 또 실제로 신식민지 상태이다. 따라서 우크라이나를 향한 지지는 지지자들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미국 제국주의에 지지를 보내는 것이다.

그렇다면 진보 진영의 올바른 태도는 무엇일까, 간단히 정리하자면 특정 국가를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것을 넘어서 반전, 반개입 운동을 조직해야 할 것이다. 특히 한국에서는 최근 북한의 참전을 핑계로 국민의힘에서 우크라이나 개입을 시사한 적이 있고, 국민의힘 소속 한기호 의원이 신원식 국가안보실장에게 개입을 주장하는 문자를 보내는 등 우크라이나 개입을 진지하게 시도했었기 때문에 반대 움직임을 조직해야 한다.

그리고 반전-불개입주의 운동의 헤게모니를 프롤레타리아 계급이 주도해서, 단순히 공상적인 구호만 쏟아내는 자유주의적 평화주의를 넘어서 남한 정세에서 실제로 평화를 방해하는 대상을 비판하는 실천적 운동으로 이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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