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시간으로 1월 3일, 도널드 트럼프의 명령으로 미군 특수부대가 베네수엘라 대통령궁을 급습해 니콜라스 마두로와 영부인을 생포, 국외로 압송했다는 소식은 전 세계에 충격을 던졌다. 그러나 이 충격의 본질은 미국의 군사적 대담함에 있지 않다. 진정으로 놀라운 것은 남미 반제국주의의 보루를 자처하던 마두로 정권이 단 하룻밤의 기습 작전에 그토록 허무하게 무너져 내렸다는 사실이다.
마두로 정권은 그동안 미국 주도의 일극 체제가 끝나고 '다극화 시대'가 도래했음을 끊임없이 선전해왔다. 브릭스(BRICS)의 부상과 강대국 간의 세력 균형이 제국주의의 침략을 억제해줄 것이라는 믿음이 마두로가 기댄 안보의 핵심이었다. 그러나 미군의 치누크들이 카라카스의 밤하늘을 가로질러 마두로를 낚아채 가는 순간, 마두로가 의지했던 다극화의 방패는 종잇장보다 얇았음이 증명되었다.
오늘날 유행하는 '다극화' 담론은 전 세계 식민지와 반식민지 국가들에 퍼진 달콤한 마취제와 같다. 이것은 피 흘리는 '진정한 혁명전쟁' 없이도, 외교적 줄타기와 강대국 간의 알력만으로 제국주의의 침략을 막아낼 수 있다는, 심지어 전 세계적 제국주의의 몰락을 불러올 수도 있다는 환상을 심어주었다. 마두로의 베네수엘라는 이 환상에 취해 있었다.
그들은 인민에게 무기를 나눠주고 수백만의 민병대를 조직했으나 정작 그 민병대를 미국의 침략에 맞설 핵심 부대로 상정하고 전체 군대와 정부를 미국의 침략에 게릴라전으로 맞설 수 있도록 재조직하지 않았다. 결국 그들의 '무장'은 다극화된 국제 질서가 자신들을 보호해줄 것이라는 안일한 믿음 위에 세워진 모래성에 불과했다.
누군가는 이렇게 항변할 것이다. 베네수엘라는 미국의 압도적인 제공권, 기동력, 특수부대를 당해낼 수 없었을 뿐이라고. 정말 그런가? 그렇다면 미군은 왜 베트남의 정글에서, 아프가니스탄의 산맥에서 도망쳤는가? 소위 '세계 최강의 군대'는 무장한 농민들에게 이미 몇 번씩이나 무릎 꿇려졌다. 마두로가 패배한 진짜 이유는 싸우는 방식이 틀렸기 때문이지 첨단 무기가 부족해서가 아니다.
역사는 제국주의의 침략을 막아낼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무엇인지 이미 증명한 바 있다. 베트남은 강대국들의 외교전이나 다극화된 질서에 기대어 승리하지 않았다. 그들은 호치민의 지도 아래 전 인민이 무장하고, 정글과 논밭을 요새화하여 미군을 물리쳤다. 알제리 역시 프랑스 제국주의에 맞서 처절한 시가전과 게릴라전을 수행하며 식민 통치의 뿌리를 끊어냈다.
베트남과 알제리의 승리는 '혁명전쟁'의 승리였다. 그것은 인민 전체가 항전의 주체가 되어, 침략자가 발 딛는 모든 땅을 지옥으로 만드는 총력전이었다. 반면, 마두로의 베네수엘라는 반미 구호만 요란했을 뿐, 실질적인 전인민전쟁의 태세를 갖추지 못했다. 지도부를 지키지도 못했고, 지도부가 제거되자마자 조직적인 저항이 사라진 것은 그들이 침략에 저항할 힘은 오직 스스로에게서만 나온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다극화라는 외교적 수사학에 안주했기 때문이다.
마두로의 압송은 전 세계 피압박 민족들에게 서늘한 경종을 울린다. 제국주의는 결코 국제 정세의 변화만으로 억제되지 않는다. 침략자는 오직 조직된 인민의 힘과 물리적 타격 앞에서만 위협을 느낀다.
마두로를 체포한 미군이 떠난다고 전쟁은 끝나지 않는다. 그들은 '계약서'와 '차관'을 들고 다시 올 것이다. 그리고 누가 앞으로 권력을 잡든, 마두로를 내어준 군부 엘리트들이든, 마차도를 비롯한 미국의 꼭두각시들이든, 둘의 연합이든 간에 마두로의 다음 차례가 되지 않기 위해 그 계약서에 기꺼히 서명하며 베네수엘라의 석유와 미래를 팔아넘길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베네수엘라 인민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마두로가 떠나고 새 대통령이 오면, 베네수엘라의 아이들이 먹을 우유가 생길까? 멈췄던 정유 공장이 돌아가고, 그 이익이 그들의 통장에 꽂힐까? 그렇지는 않다. 그러나 그들의 손에는 이제 마두로가 나눠준 무기가 있다.
미국의 침략 목적은 마두로가 아니다. 베네수엘라의 석유다. 마두로는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석유를 마음껏 뽑아가는 데 반대했기 때문에 제거되었을 뿐이다. 무장한 인민이 유전, 정유 공장, 송유관, 수출 항구를 타격하거나 점거하여 인민의 동의 없이는 단 한 방울의 석유도 항구를 떠날 수 없게 만들면 미국의 목적은 실패한다. 무장한 인민이 카라카스의 빈민가를 조직해 자체적으로 식량, 의료, 치안을 유지할 수 있게 만들고 그 안에 숨는다면 미국에 협조하는 베네수엘라 군경은 물론 미군 특수부대에게도 마두로를 체포하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 전장을 강요할 수 있다.
이제 전세계 식민지와 반식민지 국가의 인민들은 깨달아야 한다. 그들은 단순히 반미 구호를 외치는 정부가 아니라, 제국주의 침략에 맞서 실제로 싸울 수 있는 정부, 인민을 혁명의 주체로 세울 수 있는 지도력을 요구해야 한다. 인류의 역사는 아직까지 '혁명전쟁' 이외에 식민지가 제국주의의 압도적 무력을 격퇴할 다른 방법을 발견하지 못했다.
마두로가 사라진 빈자리에서 우리는 다극화라는 환상에 가려졌던 현실을 마주한다. 다시 전 세계의 피압박 민족들이 처절한 반제국주의 혁명전쟁을 준비해야 할 때가 도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