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I. 당건설의 필요성
II. 전위당의 성격
III. 당의 건설과정
IV. 마오주의적 당
I. 당건설의 필요성
오늘날의 사회운동에서, 공산당이라는 단어는 마치 과거의 유물처럼 여겨진다. 사회의 변혁을 추구하는 이들 또한 공산당이라는 단어를 마치 지하에 봉인시켜야 할 사악한 스탈린주의의 망령 내지 이제는 잊어야 할 옛 시대의 망집처럼 치부하고는 한다. 하지만 공산당은 망령도, 망집도 아니다. 공산당은 오늘날의 사회운동을 강화, 발전시키고 남한 사회의 변혁을 추동하는 데 있어 필수적으로 건설되어야 할 전제조건이다. 어째서인가?
우리는 경제적으로는 자본주의가, 이념적으로는 자유주의 이데올로기가 지배하는 사회를 살아가고 있다. 자유주의 이데올로기는 인간을 사회적 맥락이나 집단적 관계와 무관하게 존재하는 독립적/자율적 개인으로 바라본다. 자유주의 이데올로기가 지배하는 사회에서 나고 자라는 모든 개인은 필연적으로 자유주의 이데올로기의 원자적 인간관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으며, 당연하게도 그 영향을 받는 개인들이 수행하는 사회운동 또한 자유주의 이데올로기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자유주의 이데올로기 하의 모든 자생적 사회운동은 필연적으로 다음의 세 가지 특징을 지닌다.
1) 즉자적 사회인식. 자유주의 이데올로기 하의 모든 사회운동은 즉자적 사회인식에 기반한다. 즉자적 사회인식이란 자신들이 받는 억압의 본질을 총체적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주관적이며 자기폐쇄적 인식에 갇혀있는 상태를 뜻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 존재하는 모든 억압은 매우 유기적으로 연관되어 있으며 본질적으로 하나의 원인을 지니지만 자유주의 이데올로기는 인간 존재의 사회적/역사적 맥락을 제거하기에 자유주의적 주체들은 각종의 억압 또한 분절적인 형태로 밖에 이해하지 못한다. 노동자가 받는 착취를 특정 기업의 문제로 협소화 시키고, 여성이 받는 억압을 단순한 문화적 영역으로 축소시키며, 성소수자 혐오의 문제를 교회를 비롯한 몇몇 극단적 혐오세력에게 그 원인을 돌리는 등, 남한 사회운동 내에 존재하는 일련의 협소한 인식 전체가 즉자적 사회인식이라고 할 수 있다.
2) 협소한 소집단주의. 앞서 설명한 즉자적 사회인식과 분절적 정세관은 자유주의 사회의 개인들로 하여금 억압의 총체성을 인식하지 못하게 만든다. 억압의 총체성을 인식하지 못하기에 투쟁이 총체성을 지녀야 할 필요 또한 기각되며 개각기의 사회운동은 단결되지 못한 채 개별적으로 존재하게 된다. 이러한 개별적 사회운동은 필연적으로 구성원들의 즉자적, 1차적 요구를 대변할 수 밖에 없기에 구성원들의 당장의 이득만을 추종하는 이기주의적 성격을 띄게 된다. 비정규직 노동자와 플랫폼 노동자를 배제하는 대공장 정규직 노동운동, 트랜스젠더와 성소수자를 배척하는 여성운동 등이 협소한 소집단주의의 대표적인 예시라고 할 수 있다.
3) 제도주의. 자유주의적 세계관에서 사회는 개인들의 계약에 의해 형성된 자발적 합의체이며 국가는 이 합의를 중재하는 중립적 조정자이다. 따라서 자유주의 이데올로기는 대중들로 하여금 체제 내의 불평등이나 억압을 현행 국가권력과 자유민주주의 제도에 의해 해소될 수 있는 제도적 오류 정도로 간주하게 만든다. 그렇기에 자유주의 이데올로기에 기반한 사회운동은 제도권 내에서 일부 제도를 수정하여 ‘더 나은 자본주의’, ‘더 나은 가부장제’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두는 친체제적 세력으로 귀착될 수 밖에 없다. 소위 ‘반국가 종북세력’에 대한 탄압에 찬성하는 헌법 안의 진보정당운동, 거리에서의 투쟁이나 대중의 조직화보다 의회나 국가부서 등에 대한 청원을 더욱 중시하는 친체제적 시민사회세력, 노동자들의 대표를 의회에 보내거나 기존 정치인과의 정책협약을 통해 노동자에 대한 억압을 해소할 수 있다고 바라보는 노동조합 등이 제도주의의 예시이다.
이러한 자유주의적 오류는 일부 운동 지도부의 악의나 몰이해에 의한 것이 아니라 모든 자생적 운동에서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 사회를 살아가는 모든 개인들은 자유주의 이데올로기에 의해 형성된 주체이며, 그 개인들이 모인 사회운동 또한 자유주의적 성격을 띌 수 밖에 없다.
사회운동이 자유주의 이데올로기의 영향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는 자유주의에 맞설 대항 이데올로기를 생산 및 보급할 집단이 필요하다. 그 집단은 대항이데올로기에 바탕해 각 분야의 자생적 운동들에 인자를 파견, 내부 세포를 건설하고 선진 이데올로기를 전파하여 자유주의적 사회운동을 변혁적 사회운동으로 지도할 수 있어야만 한다. 그 집단의 이름은 바로 전위당이며, 역사적으로는 공산당이라고 불려왔다.
공산당의 건설은 오늘날의 사회운동에 있어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과제이며, 공산당의 건설 없이는 사회운동의 그 어떤 발전도 이루어질 수 없다.
II. 당의 성격
그렇다면 우리가 건설해야 할 공산당은 어떤 당인가? 누구에 의해 구성되며 어떤 원칙과 강령에 기반하고, 무엇을 목표로 하는 당이어야 하는가?
첫째로, 공산당은 노동계급의 당이다. 어째서인가? 노동계급만이 사회의 변혁을 지도할 수 있는 계급이기 때문이다. 노동계급은 세계를 건설하고 축조하며 세상만물을 생산하는 주체이다. 노동계급은 단순히 물리적 셈에 있어서 인구분포 상 다수일 뿐만 아니라 사회주의 혁명과 자본주의 체제의 전복이라는 역사적 과제의 성격 자체가 노동계급의 역사적 위치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계급은 집단적이고 협동적인 생산과정에 참여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연대, 조직, 계획, 자기 교육의 능력을 갖춘다. 현대 자본주의 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시설들인 공장, 건설현장, 물류기지, 전산센터 등에 가장 대표적으로 분포하고 있는 집단 또한 노동계급이다.
노동계급은 생산수단에서 분리되어, 스스로의 노동력을 팔아야만 살아갈 수 있는 계급이며, 이를 통해 노동계급은 자본주의의 핵심 모순을 체현 하고 있다. 이 사실은 필연적으로 계급투쟁을 촉발한다. 노동계급이 겪고 있는 억압은 현 사회의 가장 대표적이면서도 최종적인 억압이기 때문에 이들의 해방 또한 타 계급/계층의 해방과 일치한다. 그렇기에 노동계급은 사회 전체의 변혁을 수행할 수 있고, 수행해야만 하는 계급이다. 그러므로 사회의 변혁을 궁극적 목표로 하는 공산당은 필연적으로 노동계급의 당일 수 밖에 없으며 노동계급의 당이어야만 한다.
둘째로, 공산당은 노동계급 중에서도 전위 분자들의 당이다. 전위 분자란 하나의 계급 내에서 가장 뛰어난 의식을 갖춘 이들을 말 한다. 이 때 말하는 뛰어난 의식이란 단순히 높은 지능이나 지적 능력을 의미하지 않는다. 뛰어난 의식이란 지배계급의 이데올로기로부터 이탈하여, 현재의 계급사회 내에서 노동계급으로서의 스스로의 위치를 자각하고 자신이 받고 있는 억압과 자신이 속한 계급의 역사적 역할을 깨달은 상태를 말 한다. 뛰어난 의식을 지닌 전위적 노동자 계급은 공산당의 주축이며 핵심 역량이다. 허나, 전위의 역할이 단순히 후진 분자를 이끄는 것에만 국한되지는 않는다. 공산당은 협소한 엘리트들의 정당이 아니며, 적은 수의 전위들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과두집단 또한 아니다. 전위의 정당으로서의 공산당의 궁극적인 목표 중 하나는 노동계급 내의 후진 분자들을 교육하고 전위로 육성해내어 끝내 전위와 후위의 구분을 소멸케 하는 것이다.
셋째로, 공산당은 인민의 호민관이다. 공산당은 노동계급의 즉자적 이익을 방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소상공인, 실업자, 지식계층, 여성, 성소수자, 이주민, 농민 등 인민 전체의 권익을 옹호하는 당이다. 자본주의는 단순히 경제 구조에 의해서만 지탱되는 것이 아니라, 도덕, 종교, 성 역할, 학문, 언론 등 사회 전반의 문화적 패권에 의해 유지된다. 단순히 노동현장에서 임금과 작업환경에 관한 투쟁을 선동하고 지도하는 것만으로는 자본주의 체제에 맞설 수 없다. 노동계급이 진정 사회의 변혁을 영도 하고 새로운 지배자로서 자리잡기 위해서는 자기자신의 협소한 이익을 방어하는 것을 넘어 모든 착취 당하고 억압 받는 사람들의 대변인으로 스스로를 조직해야 한다. 자본주의의 억압은 총체적이고 전면적이기에 노동현장에만 머무르지 않으며, 그렇기에 억압에 맞서는 투쟁 또한 전 사회를 아우르는 총체성을 지녀야만 한다. 공산당은 총체적 억압에 맞선 총체적 투쟁을 조직하기 위해 전인민의 호민관이 되어야만 한다.
넷째로, 공산당은 대중운동에 개입하고 통일전선을 영도하는 당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자생적 대중운동은 자유주의 이데올로기의 영향에 의해 항상 즉자적이고 파편화된, 경제적 수준에서의 운동에 머무르게 된다. 대중운동을 자유주의 이데올로기로부터 해방시키고 대중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인민들로 하여금 계급의식을 각성시켜 전위 분자로 견인하기 위해서는 대중운동에 대한 공산당의 개입이 필수적이다. 대중운동에 대한 당의 개입이란 단순히 당원 중 하나가 대중운동 단체 내에서 간부직을 차지하거나 대중운동 단체와의 일시적인 연대연합 관계를 맺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상술한 과정들은 매우 형식적인 요소에 불과할 뿐, 진정한 정치적 개입이라고 할 수 없다.
대중운동에 대한 당의 정치적 개입이란, 대중운동을 지배하고 있는 지배계급의 이데올로기를 노동계급의 이데올로기로 대체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서 당은 대중운동 내의 토론과 논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당의 혁명적 이념과 강령을 대중운동의 성원들에게 끊임없이 납득시키고 설득시켜야 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대중운동 내의 간부직을 차지하거나 공식적 연대관계를 맺는 것은 매우 형식적이고 지엽적인 요소일 뿐이다. 진정 중요한 것은 대중운동의 당사자인 일반 인민대중을 설득하고 그들을 당의 이념에 동조시키며 각기 대중운동 내에 당세포를 건설하여 대중운동 내에서 실질적인 지도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당의 성원들이 단순히 대중운동단체나 연대체의 회의장에 머무르거나 몇몇 대중운동 간부들과의 무의미한 친목을 도모하는 것을 넘어, 대중운동의 당사자들이 속한 삶의 터전으로 향해 함께 노동하고 함께 억압을 겪으며 일상 속에서 그들을 설득해야 한다. 당은 이러한 지난한 과정을 통해 확보한 지도력을 바탕으로 제도권 내의 투쟁에 머무르고 있는 대중운동의 투쟁 강도를 단계적으로 발전시켜 자유주의적 대중운동을 혁명적, 사회주의적 대중운동으로 발전시켜야만 한다.
또한, 당의 역할은 개별 대중운동들을 설득하고 견인하는 작업에서 끝나지 않는다. 파편화 된 각 부문운동을 하나로 단결시키는 것 또한 공산당의 매우 중요한 역할 중 하나이다. 다만 사회운동의 단결은 한 순간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사회운동의 단결은 통합에 대한 감성적인 호소나 정부의 탄압 고조만으로 인해 이루어질 수 없다. 사회운동의 단결과 통합은 사회운동 내의 제세력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제한적이고 국한된 의제에 대한 초기적 공동투쟁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이를테면 파시스트 정권에 맞선 투쟁, 노동법 개악에 맞선 투쟁, 제국주의 침탈 강화에 맞선 투쟁 등이 그 예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구체적 의제와 공통된 목표를 바탕으로 노동계급을 포함한 사회 내의 여러 계급계층과 사회적, 정치적 세력들이 모여들어 꾸려지는 연대체를 통일전선이라고 말 한다. 통일전선의 표면적 목적은 통일전선이 목표로 하는 의제의 성취에 있지만, 통일전선의 실질적 목적은 통일전선의 깃발 아래 모여든 대중들을 설득시키는 것이다. 당은 통일전선 내에서의 끊임없는 토론과 선전을 통해 운동의 자유주의적 수뇌부들의 한계를 폭로하여 기존 운동의 수뇌부와 대중을 분리시켜야 하며, 당의 강령을 바탕으로 대중들을 설득시켜야 한다. 당은 제도권 내의 투쟁을 통해서는 개별 운동들의 궁극적 목표를 성취할 수 없음을 대중들에게 끊임없이 주지시켜야 하며, 통일전선의 투쟁을 점진적으로 발전시켜 대중을 급진화 시켜야 한다.
이러한 일련의 작업이 부재한 통일전선은 필연적으로 파편화 되어 해산되거나 제도권 내의 진보적 날개로 전락할 수 밖에 없다. 만약 공산당이 통일전선에 참여한 여러 사회적 정치적 세력들의 비위를 맞춰주기 위해 당의 강령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 내부 투쟁을 망설인다면 통일전선운동은 필연적으로 퇴조하고 궁극적으로는 전선 자체가 유명무실해질 것이다. 통일전선운동은 통일전선의 제성원에 대한 당의 지도력이 강화될 수록 발전하며, 당의 지도력이 약화될 수록 퇴조한다. 이는 스페인 내전 당시 인민전선이 당의 지도력 부재로 인해 파편화 되어 결국 패배를 직면하고 만 사례를 통해, 그리고 전간기 프랑스 인민전선 정부가 공산당의 내부투쟁 부재로 인해 변혁에 실패하고 형해화 된 사례를 통해 증명된 사실이며 통일전선전략의 보편적인 법칙이다.
다섯째로, 공산당은 민주집중제에 의해 운영되는 당이다. 민주집중제란 민주적 중앙집권제의 줄임말로, 당내의 의사결정에 있어 민주주의의 원칙과 중앙집중의 원칙을 결합 시킨다는 의미이다. 민주집중제 하에서 상부기관은 하부기관에 의해 언제든 선출되고 소환될 수 있으며, 동시에 하부기관은 상부기관에 복종하고 지시에 따를 의무를 지닌다. 의사결정을 진행할 때에는 자유로운 의견의 표현과 토론이 허용되지만 한 번 의결된 사항은 실행되기 전까지는 이견을 제기할 수 없다. 의결과 사후평가는 자유롭게 이루어지지만 그 어떤 이견을 제기했더라도 다수에 의해 통과된 의결안을 행동에 옮김에 있어서는 일체의 분열 없이 일사분란하게 이루어져야만 한다. 여태껏 역사 속에서 이루어진 혁명들을 지도한 당은 언제나 민주집중제의 원칙에 충실했으며, 앞으로의 혁명에 있어 지도력을 발휘하는 과제 또한 민주주의와 중앙집중의 결합 없이는 성취될 수 없을 것이다.
여섯째로, 공산당은 대중을 무장시키고 이중권력을 건설하는 당이다. 사회의 변혁은 당의 지도 없이 달성될 수 없으며, 평화적으로 달성될 수도 없다. 전자의 실패는 통일적 지도부의 부재로 인해 단결된 행동에 실패해 무너진 파리코뮌의 실패를 통해 증명 되었고, 후자의 실패는 제도권 내에서의 선거를 통해 사회주의를 향해 평화적으로 이행하려다가 무력에 의해 전복된 아옌데 정권의 실패를 통해 증명 되었다. 즉 사회의 변혁에는 단일한 이념을 지닌 강력한 지도부와, 지배계급의 군사적 진압에 맞설 실질적 무력이 요구된다.
그렇다면 당의 지도에 따라 노동계급이 일순간에 총봉기를 일으킨다면 사회의 변혁이 달성될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 첫 째로, 지금까지의 벌어진 혁명 중 그 어느 혁명도 한 순간의 총봉기를 통해 달성된 적 없다. 러시아 혁명과 중국 혁명, 쿠바 혁명 모두 장기간의 내전을 통해 승리를 성취했지 어느 한 시점에서의 무장봉기를 통해 전국적인 권력을 접수한 바 없다. 둘 째로, 현대전은 점점 더 제대로 훈련받지 못하고 조직되지 못한 보병 전력이 전장에서 압도적인 열세를 지니는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모든 대중운동은 단계적으로 발전한다. 이를테면 그 어떤 노동조합운동도 처음부터 자본주의 타도를 요구하며 총파업을 벌이지 않는다. 혁명적인 정치파업은 지난한 임금투쟁과 처우개선투쟁을 통해 점점 더 강도가 거세진 후에야 벌어질 수 있다. 다른 모든 운동도 다르지 않다. 무장투쟁운동 또한 다른 모든 운동이 그렇듯이 단계적인 과정을 거쳐서, 점진적으로 발전한다. 이를테면 특정한 주거 지역의 세입자들이 무장투쟁을 벌인다고 가정할 때 그 무장투쟁은 처음에는 월세비와 공과금 등을 납부하지 않는 형태로 시작할 것이다. 이후 투쟁이 고조된다면 세입자들은 자신들을 퇴거 시키기 위해 나선 용역깡패와 공권력에 맞서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자경 조직을 형성할 것이고, 더 나아가서는 자신들의 주거 지역 전체를 물리적으로 장악하기 위한 무력행동을 실행할 것이다.. 만약 그들의 운동이 혁명적 형태로 발전한다면 그들의 군사조직은 더이상 자기방어적 목표에 그치지 않고 다른 지역의 피억압 민중과 함께 새로운 권력을 수립하기 위한 투쟁에 나설 것이다. 이 일련의 과정을 통해 대중들은 점진적으로 의식이 고조되며, 스스로를 조직하는 방법을 배우고, 군사적으로 훈련된다. 이러한 과정 없는 일회적인 총봉기는 이루어질 수도 없으며 성공할 수도 없다.
당이 대중들의 투쟁을 점진적으로 발전시켜 운동이 무력적, 혁명적 형태로까지 나아가게 하기 위해서는 지난한 설득과 연대의 과정이 필요하다. 위의 모델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매우 장기간의 작업을 통해 적어도 해당 운동이 벌어지는 지역 내에서는 국가의 명령보다 당의 선전의 호소력이 더욱 강해야 하며, 비록 물리적 집행기관은 부재하더라도 설득과 선전을 통해 대중에게 실질적인 권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 현상, 즉 하나의 국가 내의 특정한 지역에서 국가보다 더욱 강한 권력을 발휘하는 공동체가 형성되는 현상을 우리는 이중권력이라고 부른다. 이중권력은 혁명의 근거지이며, 당이 대중을 동원하고 대중을 무장시키기 위한 필수적인 기반이다.
고립된 근거지는 필연적으로 포위되고 진압 당할 수 밖에 없기에 끊임없이 수많은 지역에 이중권력을 수립하고 근거지를 넓혀 포위를 피하고 지배계급의 군경을 역으로 포위하는 작업은 혁명에 있어 필수적이다. 끊임없이 근거지를 확보함으로서 이중권력을 전국적으로 확대하여 끝내 기존 지배권력을 무너트리고 새로운 권력을 세우는 일련의 과정은 인민전쟁이라고 불린다. 인민전쟁은 수많은 혁명과 내전을 거쳐 세계 공산주의자들에 의해 정립된 국제 노동계급의 보편적인 군사 전술이자 혁명 이론이다.
III. 당건설 운동의 과정들
그렇다면 공산당은 어떻게 건설될 수 있을까? 당 건설의 과정을 크게 나눈다면 이념서클 단계, 정치조직 단계, 그리고 전위당의 단계로 분류할 수 있다.
이념서클은 당 건설의 가장 초기적인 단계이다. 이념서클은 소수의 지식인과 선진분자들로 구성된 소규모 조직으로서, 학습과 토론을 통해 이론을 정립하고 운동의 간부들을 양성하는 것이 주된 목표이다. 이념서클은 실질적으로 대중운동에 개입할 양적, 질적 역량이 부재하기에 독자적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며, 무리해서 역량을 끌어모아 독자적 사업을 추진하더라도 필연적으로 고립되거나 과도한 역량 소모로 인해 내부적 손실을 맞이할 수 밖에 없다. 이념서클은 대중과 결합해야만 우수한 활동가를 배출할 수 있고 조직적 재생산을 성취할 수 있지만 역량의 문제로 인해 대중운동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없어 필연적인 대중과의 괴리를 겪는다는 딜레마를 지닌다.
이러한 딜레마는 사회운동으로의 산개를 통해 해결될 수 있다. 이념서클은 간단한 기관지를 운영하고 내부적 학습을 끊임없이 진행하는 한 편 실제의 운동에는 크게 관여하지 않고, 그 대신 이념서클의 각 성원들이 캠퍼스, 노동현장, 의제운동 등 개각기의 현장에 뿌리를 내리고 운동에 헌신 함으로써 대중과의 괴리를 해소해야 한다. 이념서클 단계에서, 이념서클의 각 성원들의 운동은 중앙에 의해 하나하나 통제될 필요가 없으며, 직접적인 정치적 목표를 지닐 필요도 없다. 사회운동으로의 산개는 대중운동에 직접적으로 개입하기 위한 작업이 아닌, 이념서클 개개인들이 대중들 속에 뿌리 내리고 한 명의 간부로 성장하기 위한 작업이다.
이념서클이 질적 측면에서는 이념서클이 발을 딛은 국가의 현실에 맞는 혁명이론을 정립하는 데 성공하며 각 성원들의 이론적 수준을 개각기가 대중들에게 서클의 이념을 교육시킬 수 있는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한 편, 양적 측면에서는 대중운동에 정치적 개입을 수행할 수 있는 수준으로 성장한다면 사회운동으로의 산개는 중단되며 정치조직의 단계로 진입하게 된다.
정치조직은 당 건설의 두 번째 단계이며 가장 긴 단계이다. 정치조직 단계에서, 조직은 드디어 대중운동에 대한 정치적 개입을 수행한다. 정치조직 단계에서 조직의 사업은 선전, 선동, 현장투쟁참여 등의 실천 활동이 두드러지며 노동자, 여성, 성소수자, 소상공인, 도시빈민 등 피억압 대중과의 실질적인 연결을 형성한다. 또한 정치조직은 각 정세에 발 맞춰 해당 정세에서 가장 큰 규정력을 지니는 모순에 맞선 투쟁에 결합하여 통일전선을 꾸리고 통일전선 내에서의 광범위한 대중견인을 실행한다. 단, 정치조직은 아직 선진 노동계급 전체를 대변하지 못하고 노동계급의 일부만의 지지를 받기에 변혁을 실질적으로 주도할 역량이 부재하며 사회운동을 영도하고자 하는 수많은 세력들 중 하나에 불과하다. 정치조직이 지난한 작업과 대중운동에 대한 개입을 통해 노동계급 내 선진분자들에게 현실적 지도력을 갖추고 사회운동을 영도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다면 비로소 정치조직은 전위당으로 발전한다.
전위당은 당 건설의 마지막 단계이며, 본격적으로 혁명을 계획하는 단계이다. 전위당 단계에서, 조직은 선진적 노동계급 전체에 영향력을 행사하며 피억압 민중을 독점적으로 대변한다. 전위당은 인민전쟁을 준비하며 이중권력을 형성하고 근거지를 건설한다. 전위당 단계의 조직은 인민전쟁을 수행하기 위해 스스로의 형태를 군사조직으로 개조하며 인민군대를 건설한다. 전위당 단계에서, 피억압 인민은 비로소 변혁의 세 가지 무기인 당, 통일전선, 그리고 인민군을 모두 손에 쥐게 된다. 다만 전위당의 건설은 결코 변혁의 완수가 아니다. 사회의 총체적 변혁을 위해서는 전위당과 통일전선, 인민군이 건설된 후에도 끊임없이 외부적으로는 기존의 국가권력과, 내부적으로는 수정주의와 부르주아 노선에 맞서 장기적인 투쟁을 이끌어 나가야만 한다.
위에서 나열한 일련의 과정에 있어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하는 지점은 경제적 계급으로서의 노동계급과 프롤레타리아는 다르다는 것이다. 경제적 계급으로서의 노동계급은 자본주의 사회 내에서 언제나 주어진 채로 존재하지만, 프롤레타리아는 결코 주어진 채로 존재하지 않는다. 프롤레타리아는 스스로가 자본주의 체제 내에서 더이상 잃을 것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존재로서, 노동계급이 이 사회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반면 프롤레타리아는 현재로서는 노동계급 내에서도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당은 선전과 선동, 조직화를 통해 노동계급 전체를 프롤레타리아로 개조해야만 하지만, 지금 당장 프롤레타리아는 결코 우리 사회에 광범위하게 포진한 계급이라고 볼 수 없다. 현재의 프롤레타리아는 노동계급 내에서도 가장 억압받고 결코 안정된 삶을 꾸릴 수 없는 존재들, 즉 성소수자 노동자, 이주 노동자, 불안정 플랫폼 노동자들로 구성된다. 공산당은 프롤레타리아의 당이기에 이러한 자생적 프롤레타리아를 당 건설의 초기축적을 위해 선제적으로 조직해야만 하며, 이들을 선제적으로 조직해야만 그 후에 일반 노동계급 전체를 프롤레타리아로 개조할 수 있다.
자생적 프롤레타리아와의 연결과 그들의 조직화는 이념서클이 정치조직으로 발전하는 과정에 있어 가장 필수적인 관문이며 원숙한 이념서클이 정치조직으로 나아가기 위한 질적, 양적 성장의 경로에 놓여있는 과제이다.
IV. 마오주의적 당
우리는 지금까지 공산당의 건설을 사회운동의 필수적이고 선결적인 과제로 제시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금껏 역사 속에 존재해온 전위당 운동의 수많은 오류들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역사 속 존재해온 대다수의 공산당은 스스로 혁명적 강령을 폐기하고 노동계급을 배신하는 수정주의적 오류를 저질렀으며, 수정주의 세력이 당 권력이 찬탈한 후에는 언제나 노동계급의 당내 의사표명을 가로막기 위해 당의 형태를 극도로 관료적이고 비민주적인 형태로 개조해왔다. 일례로 흐루쇼프 수정주의 집단은 당을 수권한 이후 무력혁명을 부정하고 제국주의 세력과의 화해를 주장하는 평화공존론/평화이행론/평화경쟁론의 3평화론을 주장하며 당의 강령을 오염시키는 한 편, 아래로부터의 당간부의 소환 및 탄핵 절차를 무효화 시켜 노동자 민주주의를 마비시켰다. 덩샤오핑 수정주의 집단 또한 집권과 동시에 인민공사를 비롯한 노동자와 농민들의 민주주의 기구를 파괴하고 중국을 명백한 자본주의의 길로 밀어넣었다.
이러한 오류는 단순히 몇몇 수정주의자들의 일탈이나 야망에 의해서 촉발된 것이 아니라, 기존의 전위당 이론이 지닌 문제에서 기인했다. 기존의 맑스레닌주의자들은 당을 진리를 담지하는 무결한 존재로 규정 하였으며, 수정주의의 발생은 소수 인원의 일탈에 의해 발생되기에 그들 중 몇을 출당시키거나 숙청하는 식의 행정적 조치를 통해 가로막을 수 있다고 보았다. 하지만 이러한 관점은 세계 혁명 사업에 있어 매우 치명적인 영향을 끼쳤다.
그 어떤 투철한 혁명가더라도 자본주의 사회에서 나고 자란 이상 자유주의 이데올로기에 의해 형성된 주체임을 부정할 수 없기에 언제든 자유주의적, 자본주의적 사고로 빠져들 가능성이 있으며, 정치는 경제의 집중된 표현이기에 사회 내에 부르주아 계급과 소부르주아 계급이 잔존하는 한 그 어떤 혁명적인 전위당이라 하더라도 그 내부에 부르주아적, 소부르주아적 이념이 스며드는 것은 차단할 수 없다. 또한 가부장제의 잔재와 자유주의적 습속 등, 구 사회의 문화와 규범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는 한 부르주아 계급의 문화적, 도덕적 패권은 사회주의 사회에서도 잔존하며 이는 언제나 퇴보와 반혁명의 단초를 제공할 수 있다.
그렇기에 마오쩌둥은 당 내에는 언제나 두 가지 노선, 즉 프롤레타리아 노선과 부르주아 노선이 공존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두 가지 노선의 형성은 자연법칙처럼 필연적이며, 당은 퇴보와 반혁명, 수정주의에 맞서기 위해 언제나 내부의 부르주아 노선과의 투쟁을 그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 또한 마오쩌둥과 중국혁명의 경험은 당중앙이 부르주아 노선을 따르는 수정주의 관료들에 의해 장악 되었을 때 이를 바로잡기 위한 방법론인 문화대혁명을 탄생시켰다. 문화대혁명의 핵심은 당이 더이상 전위와 프롤레타리아의 수뇌부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할 때, 대중들이 나서서 당을 타격하고 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비록 중국에서의 문화대혁명은 결과적으로 단일한 대오를 갖추지 못하고 파편화 된 투쟁으로 전락하여 수정주의에 맞선 투쟁에서 패배하고 말았지만, 문화대혁명이라는 방법론은 수정주의에 맞서기 위한 보편적 전술이라는 점에서 현 시대의 혁명가들에 의해 계승 발전 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마오쩌둥은 당 사업에 있어 자유주의 이데올로기에 의한 침식과 구 사회 이념의 복권을 불러오게 되는 오류들을 다음과 같이 규정한 바 있다:
1. 극히 다정하고 친밀한 동창 혹은 고향의 친지, 친구 또한 오랫동안 함께 일했다고 하여, 원칙상의 논쟁을 피하며, 화평의 수단으로 가벼이 되는 대로 방임하는 태도.
2. 책임 없이 뒤에서 비판하고, 적극적으로 조직기관에 제의하지 않으며, 앞에서 말하지 않고, 뒤에서 비방하며, 회의 때는 말하지 않고, 회의 후에 이의를 제기하는 태도.
3. 당의 사업에 관심이 없고, 다만 벽에 걸린 사진을 대하듯이, 남을 책망하지 않고 말하지 않음이 명석한 처세술이라는 양 행동하는 태도.
4. 명령에 복종하지 않고, 조직규율을 돌보지 않으며, 간부라는 구실로 자기의견만 고집하는 태도.
5. 단결과 진보를 위하거나, 부정확한 의견을 고치려는 것보다, 개인공격을 주로 삼아, 분하게 생각하고 보복하려 하는 태도.
6. 부정확한 의견을 듣고도 항변하지 않고, 반혁명분자의 말을 듣고도 보고하지 않으며, 무사태평하게 지내는 태도.
7. 군중에 대하여 선전하지 않고 선동하지 않으며, 연설하지 않고 조사하지 않으며, 묻지도 않고, 그들의 고통에 관심을 가지지 않으며, 당원임에도 불구하고 당원의 의무를 망각한 한사람의 대중처럼 살아가는 태도.
8. 군중이익을 해치는 행동을 보고도 격분하지 않고, 경고하지 않으며, 관심을 가지지도 않고, 해결하지도 않고 내버려두는 태도.
9. 일에 충실하지 않고, 일정한 목적 없이 하루를 되는 대로 지내는 태도.
10. 자존심만 높아서 혁명의 공이 가장 많은 것 같이 노선을 거스르며, 큰일은 할 능력이 없고, 작은 일은 하기 싫어하며, 학습에 노력하지 않고 태만한 태도.
11. 자기의 잘못을 알면서도 고치지 않고, 자기비판을 하되 대안이 없이 비관과 자책에 그치고 마는 태도.
위의 태도들은 보편적으로 당내 비판제도를 마비시키며 당을 대중과 괴리되게 만들고, 마오쩌둥이 강조한 두 가지 노선투쟁이 실질적으로 실행될 수 없게 만드는 오류들이다. 사회의 변혁을 추구하는 당건설 운동의 활동가라면 공과 사를 철저히 구분하고, 자기비판과 상호비판에 적극적이며, 군중의 이득과 손해를 곧 자신의 이득과 손해처럼 여겨야만 한다.
우리는 전위당의 원칙을 부정하지 않는다. 허나 기존 당운동의 오류와 실수를 극복하기 위해서, 전위당은 소수 이론가와 노동계급 엘리트의 정당이 아닌 대중에게 잠기는 당이 되어야 한다. 당 간부는 언제나 자신이 대변하는 대중과 동거동락 해야 하며, 협소한 특권의식에 사로잡혀서는 안 된다. 당은 언제나 대중의 주장을 노동계급 이데올로기를 통해 가공하여 대중들에게 선전으로 되돌려주는 군중노선의 원칙에 충실하여 독선에 빠지는 것을 방지하고, 당은 언제나 군중의 요구와 탄핵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당중앙이 타락했을 때, 당 간부들은 타락한 당중앙을 보위하기 보다는 당중앙을 타격하고 정화하고자 하는 대중들과 함께 문화대혁명을 추진해야 하며, 그들의 투쟁이 파편화 되어 패배하는 것을 가로막기 위해 그들을 조직화 하는 사업에 헌신해야만 한다. 그리 한다면, 우리는 능히 당을 건설하고 사회를 변혁하는 것을 넘어, 우리의 선배 혁명가들이 채 해결하지 못한 세계사적 과제, 즉 수정주의의 문제를 올바르게 다루고 궁극적으로 극복해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