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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 학생운동의 현 위치와 차후 방향에 대해 고민해 보기(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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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 학생운동의 현 위치와 차후 방향에 대해 고민해 보기(1)

[목차]

 1. 서론

2. 청년 · 학생운동의 정의와 형태

3. 학생사회주의자연대의 인식에 대하여

4. 결론: ‘대안’은 어떻게 마련되어야 하는가? 

1. 서론

작금의 대학 내외 청년 · 학생운동은 그에 동감하는 소수의 사람에도 불구하고 영향력을 잃으며 거의 사멸에 이르러 가고 있다. 대학가를 덮쳤던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옅어져 가던 공동체 의식도 완전히 희미해졌고, 대학생과 의제 운동을 이어주는 매개체 역할을 했었던 학과와 총학생회 또한 상당수 비대위 체제로 지속되고 있는 형편이다. 미약하게 남아있는 몇몇 의제(부문) 운동 연합동아리와 총학생회 또한 대학가 내 ‘탈정치적’인 풍조에 휩쓸려 가고 있으며, 현재 윤석열의 친위쿠데타라는 초유의 사태로 인해 열리는 몇몇 대규모 대학생 집회마저도 이 풍조에 영향을 받고 있다.

2024년 11월 7일, 동덕여대 총학생회가 ‘에브리타임’에 대학 본부의 ‘일방적인’ 남녀공학 전환을 추진한다는 것을 알리며, 이에 재학생들이 분노하며 이어진 대규모 점거 농성 이후의 양상 또한 이러한 현황에서 무관하지 않다. 공학 전환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학내 총학생회가 먼저 시작했음에도, 몇몇 저항 행동은 아예 동덕여대 총학생회 측이 통제하지 못하는 양상을 보여준 것이 대표적이다.

윤석열 정권의 친위쿠데타로, 또 여러 의제(부문) 운동으로 인해 대학가 내에서 자발적으로나마 여러 시국선언이 조직되고, 자발적인 저항 행동이 수면 위로 나타난다고 하더라도, 이를 담아낼 수 있는 ‘그릇’, 즉 청년 · 학생운동의 실질적인 재건 없이는 이러한 운동은 결국 자발성의 영역에서 멈출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글은 작금의 청년 · 학생운동을 정의하고 여러 견해를 살펴본 뒤, 비 정합적인 내용으로나마 대안을 창출해 보려는 의도로 작성했다.

2. 청년 - 학생운동의 정의와 형태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우리는 ‘청년’이 갖는 세대의 특징을 일반적으로 노동력의 재생산과정, 자본주의적 생애주기에 의해 규정된다고 정의한다. 그 규정을 바탕으로 청년 · 학생운동의 형태가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살펴보자.

1) 1980~90년대

한국 청년 · 학생운동이 양적 · 질적 측면에서 폭발적으로 성장한 시기는 1980년대였다. 1980년 5월의 광주항쟁 이후 당시의 이러한 대도약은 한국 자본주의의 발전 수준과 연관성을 맺고 있다. 저곡가 정책 등으로 인한 농민층의 도시 하층 임노동자로의 유입, 그리고 임노동자에 대한 저임금-장시간 노동의 강요와 만성화로 인해 자본 축적이 활성화된 상태였다. 자본의 유기적 구성 수준이 높아졌음에도, 자본의 양적 성장은 폭발적이었기 때문에, 계속해서 더 많은 노동력을 요구했었다. 8~90년대 한국 자본주의가 청년 세대의 노동력이 요구된다는 점으로부터 청년들의 ‘진취성’, ‘활동성’이 곳곳에서 강조되었고, 육체노동자들과 그들을 관리할 정신노동자(사무직)들이 계속 요구되었다. 이는 80~90년대 학생운동이 지금과는 다른 형국, 즉 청년을 소위 ‘이데올로기적 존재’로 간주할 수 있었던 큰 이유였었다. 운동 주체인 ‘청년’을 규정하고 ‘존재 이전’을 목표로 삼은 당시의 청년운동은 80년대 조직 노동운동에서 일정한 역할을 하였으며, 87년 6월 항쟁으로 대표되는 일반민주주의 투쟁에서도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그러나 90년대 초부터 80년대 운동의 존립 기반이었던 국내외의 경제적, 사회적 조건, 즉 동유럽 현실사회주의권의 붕괴, 일반대중과 청년 대중의 청년 · 학생운동 적대화 등이 영향을 끼쳐 90년대 들어 환경이 변하기 시작했다. ‘변혁운동’의 주체로서 청년이 설 수 있는 근거를 ‘기성의 관습에 저항’하는 특유의 진보적 성정으로 찾는 당대의 오류 또한 존재했다. ‘청년’ 운동의 한계, 즉 대학 내의 청년에만 의존하는 형태를 벗어나기 위해 ‘농활’이나 현장 ‘위장취업’과 같은 ‘존재 이전’ 시도는 이러한 급격한 변화와 내부 오류로 실패한 뒤, 유의미한 성과를 남기지 못하게 됐다.

2) 현재

한국 자본주의의 팽창기는 끝났다. 더 이상 노동력이 80~90년대와 같이 폭넓게 필요하지 않다. 현재 국내 대학생들, 나아가 청년들은 위와 같은 경제적 규정성에 의해, 자기 노동력을 고평가받아 비싸게 팔기 위한 움직임에 나설 수밖에 없고, 이러한 정체성은 청년들의 삶 일반과 세대 특성을 규정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변화와 침체 이후 대학 내외 청년 · 학생운동은 어떤 형태로 살아있는가? 첫 번째이자 가장 대표적인 형태는 의제(부문) 운동이다. 이들은 인권, 노동, 농민, 여성, 장애, 빈민, 환경, 생태, 통일 등의 수많은 의제로 흩어져 있으며, 많은 소모임과 연합동아리가 이러한 특정 의제를 내걸고 학내외에서 미약한 운동과 ‘연대’를 펼치고 있다. 특히 여성운동과 성소수자 운동은 지난 몇 년 사이에, 전반적인 침체 속에서도 어느 정도 양적 보존을 이뤄내고 있으며, 부분적으로나마 구조적 모순을 지적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음에도 과거의 침체 이후로 총체적인 설명력을 완전히 상실한 상태이다.

두 번째로 ‘진보정당’과 여타 정치적 단체 운동의 일부로 살아있는 ‘청년’ 운동이다. 이들은 정당이나 단체 산하 대학생 혹은 청년위원회의 형태로 생존해 있으며, 독자적인 청년 · 학생운동의 영역을 구축한다기보다는 진보정당과 여타 정치단체 운동에 기계적으로 동원되는 대상이다. 때로는 ‘청년’의 이름을 내걸고 이들이 의사 표시를 하는 때도 있으나, 이는 과거에 상정된 ‘이데올로기적 존재’의 청년의 이미지를 거의 그대로 따오는 경우가 많기에 사실상 사회 내에서 영향력이 매우 떨어지고 있다.

 

3. '학생사회주의자연대'의 인식에 대해

이런 면에서 학생사회주의자연대(이하 ‘학사연’)의 주장은 다시 ‘정치적인’ 운동의 복원을 말하는 점에서 사뭇 흥미로우면서 당황스럽다. 학사연은 ‘다시 학생운동의 길을 묻다’(2022. 6. 12에 작성) 라는 글을 통해 아직 학생이 ‘이데올로기적 존재’로서 유효하다는 주장을 펼쳤고, 그 이유로 1) 현재 학생은 임노동자를 ‘유예한’ 신분이며, 2) 스스로를 비정규직 노동자로 정체화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이는 80년대의 ‘이데올로기적 존재’의 규정도 넘어선, 일종의 ‘탈계급적’ 존재로서 학생을 바라보고 있다. ‘학생사회의 주요 담론은 보다 진리에 가까운 것, 시대정신으로 여겨진다.’ ’한국 사회는 학생들의 주장에 귀를 기울인다. (중략) 즉 학생사회의 주요 담론을 노동자계급의 세계관으로 바꾸어내는 일은 계급 역관계의 반전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등의 주장도 펼쳤다.

몇 가지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첫 번째로 과거의 ‘이데올로기적 존재’로서의 청년 · 학생운동, 즉 80년대의 시대적 배경으로 창출되었던 과거의 이미지상을 여전히 ‘재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학사연은 여전히 학생사회의 ‘주요 담론이 진리, 혹은 시대정신으로 여겨진다는 점’을 든다. 이것은 과거의 ‘진취성’, ‘활동성’을 강조했던 당대의 풍조를 그대로 현재 청년 · 학생운동의 영역에 사용하겠다는 의도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두 번째로 주장의 유효성 문제이다. 학사연의 글을 그대로 보자.

‘학생운동의 몰락을 진단하는 가장 흔한 논거는 학생의 신분 하락이다. 학생은 더 이상 이전과 같은 지식인적 존재가 아니며, 따라서 종전처럼 학생운동의 발전은 어렵다는 것이다. 일부 학생활동가들 역시 학생을 지식인이 아닌 노동자계급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주장의 실천적 결론은 학생운동의 고유성에 대한 부정과 청년노동자 운동으로의 편입이다. 이 주장의 논거가 되는 것은 대학생의 사회적·경제적 지위가 하락하고 있는 만큼 학생운동이 과거와 같은 역할을 할 수 없고, 학생에게 노동자계급과 비슷한 이해관계가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 주장이 너무나 오래되었다는 점이다. 지금 대학생의 지위는 90년대 중후반 대학설립준칙주의와 IMF를 거친 이후 약 30년간 크게 바뀌지 않았다. 2000년대에 진입하며 대학진학률이 70%를 돌파했고 현재까지 7~80%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2000년의 대학생과 2022년의 대학생이 다른 존재가 아니라면, 그들의 운동이 다른 이유는 무엇인가. 더구나 2010년대 중반의 대학생은 국정원 대선개입, 세월호 참사,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운동 등에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한 집단이다.’

이는 현재 ‘노학연대, 페미니즘, 기후 등의 의제를 가지고 활동하거나 학생회를 주된 활동 공간으로 활동하는 동지’, 즉 의제(부문) 운동의 양적 보존을 근거로 잘못된 진단을 한 것이다. 과거 청년 · 학생운동의 쇠퇴 이후 ‘이데올로기적 존재’의 상이 없어진 이후, 여러 의제(부문) 운동으로 후퇴한 궁여지책의 상황을 의도적으로 무시한 것에 가깝다. 이렇듯 학사연은 상술한 주장을 통해 정치적, 사회적 변화로 인해 설명력을 상실한 과거의 규정을 가져오는 것으로, 혹은 의도적인 무시를 통해 뽑아낸 양상만으로, 심지어 과거의 규정을 넘어선 일종의 ‘탈계급적’ 존재로 ‘학생’을 진단하면서 청년 · 학생운동 영역을 재건하자는 다소 이해하기 힘든 주장을 펼치고 있다.

4. 결론 : '대안'은 어떻게 마련되어야 하는가

4. 결론: ‘대안’은 어떻게 마련되어야 하는가?

그럼, 앞으로의 청년 · 학생운동은 어떻게 재편되어야 하는가? 먼저 첫 번째로 세 가지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1) 대학 기관 자체의 성격이 변모했다. 2) 지금의 일반적인 대학생들은 취업준비생, 즉 예비 임노동자로서 자의식을 강하게 갖고 있다. 3) 대학생은 과거의 독점적 사회적 지위였던 ‘지식인’ 계층의 이미지를 잃어버렸다.‘라는 점이다. 청년 · 학생운동은 이 객관적 존재성에 근거하여 진행되어야만 한다.

두 번째로 총학생회와 학과 학생회의 공백으로 인해 정치적 매개체를 상실한 대학생들의 공론장 복구를 우선시해야 한다. 단순히 기계적으로 총학생회와 학과 학생회의 수권을 목표로 하는 것은 현재 매우 힘들고, 설령 수권을 어찌저찌 이뤄냈다고 하더라도 공론장 복구에 실패하는 경우 사실상 의미가 없는 경우가 많다. ‘에브리타임‘을 대체하는 온라인 매체 등의 시도, 혹은 대학 내부에서 붕괴해 버린 공동체 의식의 복구를 통해 ’공론장‘의 형태를 최소한으로 복구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세 번째로 의제(부문) 운동에 대해 적극적인 정치적 주체 형성을 위한 개입이 필요하다. 특히나 양적 보존을 이뤄내고 있는 여성운동과 성소수자 운동은 초보적으로나마 ‘구조적 모순’의 혁파를 내걸고 있다. 각 의제(부문) 운동의 모순을 구체화하고, 이를 총체성으로 가진 운동으로 만들어 내야 할 필요성이 있다.

마지막으로 80년대의 ‘이데올로기적 존재’를 대체할 청년 · 학생운동의 이미지를 장기적으로 구축해야 한다. 이는 의제(부문) 운동으로의 후퇴와 기계적으로 동원되는 ‘정치단체’ 내 청년들의 양상을 발전적으로 해소하는 길이다. 현재 70%에 달하는 대학생의 진학률을 생각해 봤을 때 학생운동의 영역을 보존하고 확대하는 일은 청년 · 학생운동에서 매우 중요하며, 재생산을 넘어 새로운 주체를 형성하는데 필수 불가결의 영역이다. 부족하게나마 이 글을 통해 더 많은 논의가 있기를 바란다.

[참고 자료]

“윤석열 정권하에서 청년운동의 대응과 전략”, 박한솔.

http://lodong.org/wp/archives/17920#ENDNOTE7

‘청년(학생)운동의 발전에 있어서 청년 세대의 정치적 발전의 필요(연)성’, 노준엽, <정세와 노동> 183호.

그 외 언론 기사, 자료는 전부 개별로 표기함.

  1. “서울대 총학 선거도 투표율 미달 '무산' … 외면받는 학생 자치”, 뉴스1, 남해인, https://www.news1.kr/society/general-society/5242343
  2. “대학생 총궐기, 신촌에서 울려 퍼진 대학생들의 윤석열 퇴진 함성”, https://platformc.kr/2024/12/student-general-rally
  3. [단독] 동덕여대 총학 “래커칠, 총학과 무관… 솔직히 통제력 잃었다” 헤럴드경제, https://n.news.naver.com/article/016/0002391529
  4. ‘청년(학생)운동의 발전에 있어서 청년 세대의 정치적 발전의 필요(연)성’, 노준엽, <정세와 노동> 183호, 85p.
  5. “윤석열 정권하에서 청년운동의 대응과 전략”, 박한솔. http://lodong.org/wp/archives/17920#ENDNOTE7
  6. ‘청년(학생)운동의 발전에 있어서 청년 세대의 정치적 발전의 필요(연)성’, 노준엽, <정세와 노동> 183호, 86p.
  7. “윤석열 정권하에서 청년운동의 대응과 전략”, 박한솔. http://lodong.org/wp/archives/17920#ENDNOTE7
  8. 윤석열 정권하에서 청년운동의 대응과 전략”, 박한솔. http://lodong.org/wp/archives/17920#ENDNOTE7
  9. 청년(학생)운동의 발전에 있어서 청년 세대의 정치적 발전의 필요(연)성’, 노준엽, <정세와 노동> 183호, 91p.
  10. https://blog.naver.com/socialiststu/222769951319
  11. ‘청년(학생)운동의 발전에 있어서 청년 세대의 정치적 발전의 필요(연)성’, 노준엽, <정세와 노동> 183호, 94-95p.
  12. 고등교육기관 취학률 및 진학률
    https://www.index.go.kr/unity/potal/main/EachDtlPageDetail.do?idx_cd=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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