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에서 이란까지: 미군은 죽음과 파괴만을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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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에서 이란까지: 미군은 죽음과 파괴만을 부른다

이라크의 사례는 미국에 의한 ‘해방’이 어떤 것인지를 분명히 보여준다. 그들이 남겨둔 것은 민주주의나 인권 따위가 아닌, 빈곤과 혼란, 외세에의 종속, 그리고 수십만 구의 시체들 뿐이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폭격에 의한 민간인 사망자가 1444명을 넘어선 가운데, 일각에서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주장이 있다. 바로 이란 민중의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미군이 이란 신정에 맞서 승리해야만 하며, 따라서 이란 민중을 위하는 사람이라면 이란이 아닌 미국을 응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의 논지는 이러하다.

‘이란은 여성에게 히잡을 강요하고, 반정부 시위대를 무차별 학살하는 야만스러운 독재국가이다. 인권의 보루이며 민주주의의 수호자인 미국은 사악한 이란 독재정권을 심판하고, 억압받는 이란 민중을 해방시키기 위한 정의로운 전쟁을 치르고 있는 것이다!’

전쟁이 시작되고 미국이 가장 먼저 한 일이 여학교를 폭격해 백여 명의 학생들을 살해하는 짓이었다는 것, 그리고 지금도 민간인 밀집구역을 계속해서 폭격하고 있다는 것은 일단 접어두자. 과연 저들의 말대로, 미국의 승리가 이란 민중의 삶을 개선할 수 있을까? 이 모든 죽음과 파괴가 지나간 이후에, 그 핏값이 아깝지 않을 자유롭고 민주적인 새로운 이란이 건설될 수 있을 것인가? 이 질문의 답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찾을 수 있다. 이란의 바로 옆에서 국경을 맞대고 있으며, 미국과의 전쟁 끝에 미군에 의해 점령된 적 있는, 이라크의 사례가 그것이다.

전쟁 이전

80년대 초까지만 하더라도, 이라크는 중동에서 가장 부유한 국가들 가운데 하나였다. 풍부한 석유에 기초한 국가주도의 산업화로, 이라크는 정유, 화학, 철강 등의 중공업을 고도로 발전시킬 수 있었다. 1인당 GDP는 1980년 기준으로 3850달러에 다다랐으며, 이라크 정부는 석유산업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을 바탕으로 무상 교육과 무상 의료를 실시했다. 전 국민의 87%에게 전기가 공급되었고, 현대적인 병원과 도로가 건설되었다. 여성의 사회적 지위 역시 주변국에 비해 월등히 높아, 여성의 정치 참여가 보장되었고, 교육과 경제활동에의 참여가 장려되었다. 세속주의적이었던 바트당 정권 하에 주변국과 같은 종교 극단주의가 대두되지 않았던 덕분이었다.

연이은 전쟁과 뒤따른 서방의 경제제재는 이라크의 경제와 이라크인의 삶에 큰 타격을 입혔지만, 그럼에도 이라크의 체제는 붕괴하지 않았고, 축적된 사회적 기반 역시 건재했다. 이라크에게는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국가를 바로세울 충분한 역량이 있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미국에 의해 파괴되고 말았다.

전쟁, 그리고 이후

미국은 자신들의 침략전쟁을 ‘사악한 후세인 독재정권으로부터 이라크 민중을 해방시키기 위한’ 정의로운 전쟁으로 포장하였다. 그러나 이라크에 발디딘 미군은 이라크를 떠나는 순간까지 단 한번도 이라크 민중을 위한 행동을 취한 적이 없다. 반대로, 미군의 존재 자체가 이라크 민중에게 있어서는 재난이었다.

전쟁의 시작과 함께 미군은 이라크의 수도 바그다드에 대규모 공습을 가하였다. 통신망, 전력시설, 민간인 거주지들이 불길에 휩싸였다. 전쟁 내내 미군의 공격은 군사시설과 산업 인프라, 민가를 가리지 않았다. ‘테러리스트가 숨어있을 수 있다’는 핑계를 대며 미군은 결혼식장, 학교, 병원 등을 폭격해 수많은 민간인을 살해했다. 팔루자에서 미군은 그 잔혹성의 극치를 보여주었다. 그들은 도시를 완전히 포위하고 백린탄을 포함한 대규모 폭격을 감행, 도시를 초토화시키고 수백 명의 민간인을 학살했다. 아부그라이브 교도소에서는 수감자들을 대상으로 전기 고문과 성적 가혹행위를 비롯한 참혹한 인권유린을 자행했다. 미군이 투하한 열화우라늄탄은 이라크 곳곳에서 기형아와 암환자를 폭증시킨 바 있다. 2003년부터 2011년까지의 기간동안 46만 명 이상의 민간인이 사망하였으며, 470만 명이 집을 잃고 실향민으로 전락하였다.

전쟁이 끝나자, 서구 거대자본들은 하이에나처럼 폐허가 된 이라크로 몰려들었다. BP, 쉘, 셰브론 등의 거대 석유기업들은 이라크의 유전들을 사들여 막대한 양의 석유를 뽑아내기 시작했으며, 폐허가 된 국가를 ‘재건’한다는 명목 하에 건설자본들이 이라크로 유입되었다. 이같은 과정에서 막대한 이윤이 수탈되어 미국과 그 동맹들로 흘러들어갔다. 미국은 점령 기간 동안 이라크의 국영기업들을 대거 민영화하였고, 적극적으로 자국 자본의 이라크 진출을 도왔다. 자주적이었던 이라크의 경제는 순식간에 붕괴되었다. 수 많은 공장들이 문을 닫았고, 실업률이 폭증하였다. 국내 생산이 붕괴되자 이라크인들은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외국 상품에 의존할 수 밖에 없게 되었다.

세속주의 정권이 축출된 공백 속에서, 종교적 극단주의 세력이 빠르게 성장하기 시작했다. 가장 대표적인 집단이 알카에다 이라크 지부(AQI)로, 이들은 오늘날 중동 전역에서 불안정과 혼란을 일으키고 있는 ISIS의 뿌리가 된다.

결론

아직도 미국을 해방자로, 정의의 사도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이제 그 생각을 바꾸어야 한다. 미군은 단 한 번도 해방군이었던 적이 없으며, 가는 곳마다 고통과 파괴만을 불러올 뿐이었다. 미국은 원주민을 말살하며 세워진 나라이고, 수백만 명의 흑인을 노예로 부렸으며, 베트남에 수천만 톤의 폭탄과 고엽제를 퍼부었고, 라틴 아메리카에서는 수많은 민주 정권을 무자비하게 전복시킨 피의 역사를 지닌 나라이다.

이라크의 사례는 미국에 의한 ‘해방’이 어떤 것인지를 분명히 보여준다. 그들이 남겨둔 것은 민주주의나 인권 따위가 아닌, 빈곤과 혼란, 외세에의 종속, 그리고 수십만 구의 시체들 뿐이었다.

지금 이 순간 테헤란을 향해 쏟아지고 있는 폭탄들은 23년 전 바그다드를 불태웠던 그것과 동일한 목표를 지녔다. 바로 미국을 따르지 않는 나라들을 굴복시키고, 자국 자본으로 하여금 이들을 손쉽게 수탈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인권’과 ‘민주주의’라는 미명으로 포장한다 한들 그 본질은 달라지지 않는다.

‘이란 신정 타도’를 주장하며 미국을 두둔하는 자들은 이 본질을 보지 못하는 무지한 자들이거나, 의도적으로 잘못된 주장을 펼치는 미국의 부역자들에 불과하다. 진정으로 이란 민중을 위하는 사람이라면, 미국의 이같은 본질을 폭로하고 이란의 조국방어를 지지해야만 한다. 미제국주의라는 외부의 적이 사라진 후에야, 이란 민중은 자신들의 의지로 자국의 반동적인 정권에 맞선 진정한 싸움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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