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관학교 통폐합으로는 부족하다
반역군을 해체하라!
최근 국방부는 내란청산과 국방개혁의 일환으로 육·해·공군 사관학교를 통폐합해 통합사관학교를 출범시키는 정책을 제안했다. 그와 동시에 각 군 예비역 장성단체들을 중심으로 반대 시위가 조직되었고, 국방부는 관련 브리핑을 미루며 슬그머니 한 발 물러서는 모양새다.
사관학교 통폐합에 찬성하는 쪽은 이렇게 말한다. 이제는 각 군이 저마다 독자적으로 싸우던 시대가 아니라 군 간 협동이 필수인 시대이므로, 사관 양성 과정에서부터 교류를 늘려 합동성을 키우고 기존 육사 위주의 카르텔 형성을 막기 위해 통폐합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진단에는 동의한다. 육사 출신 카르텔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언제든 박정희·전두환처럼 총칼을 들 결심을 하고 있다는 사실은, 박근혜 정부 당시의 계엄 계획문서와 이번 12·3 내란을 통해 이미 낱낱이 드러났다. 이들을 군에서 몰아내는 일은 단순히 현 정권을 지키는 차원이 아니라, 내란 세력을 군의 뿌리에서부터 뽑아내는 데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내란 세력의 척결과 재생산 방지를 위해 사관학교를 통폐합하는 것 역시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다.
그러나 사관학교만 통폐합하면 군 내부의 내란세력 척결 문제가 저절로 해결될까. 그렇게 볼 수는 없다. 내란에 가담한 장교와 부사관은 헤아릴 수 없이 많지만, 실제로 입건되어 법정에 선 이들은 극소수의 최상층 장성뿐이다. 국회와 선관위에 진입해 시민을 위협하고 계엄 세력의 뜻대로 시설을 장악하려 했던 수많은 장교와 부사관들은, 사실상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은 채 지금도 군 안에서 멀쩡히 보직을 맡고 있다. "명령을 수행했을 뿐"이라는 말로 이들을 처벌하지 않고 넘어간다면, 우리는 앞으로도 쿠데타에 가담하는 군인들에게 명분읖 남기는 셈이다. 다음번 쿠데타가 실패하더라도 가담자들은 또다시 "명령을 수행했을 뿐"이라며 빠져나갈 길을 열어두게 되고, 오히려 솜방망이 처벌을 지켜본 잔존 내란 세력은 다시 고개를 들 힘을 얻을 것이다. 이런 선례는 반드시 끊어내야 한다.
이들은 12·3 내란 이전부터 극우 정치세력, 즉 민정당계와 적극적으로 결합해 왔다. 박근혜 정부 시절 촛불시위를 반국가세력으로 규정하고 서울 시내에 군대를 진입시켜 진압하려 했던 계엄 문건이 대표적이다. 전작권 환수처럼 군사주권을 되찾으려는 정책이나 통합사관학교 계획처럼 국군의 민주적 통제를 강화하려는 정책이 발의될 때마다, 이들은 전직 장성단체와 육사 동창회의 이름을 빌려 극우세력의 지원을 등에 업고 시위를 조직해 왔다. 나아가 국민의힘 등 민정당계 정당을 통로 삼아 입법·행정 권력에 접근하며 자신들의 기득권을 착실히 다져왔다. 모든 종류의 외교군사적 정책에 대해서 언제나 극우적이고 종미적인 태도를 앞세워왔다. 윤석열 정권 국방부 장관을 지낸 신원식은 극우 예비역 장교단체 소속으로 미디어에서 활발히 활동했고, 임종득은 전역 후 국가안보실에 들어가 채상병 수사에 외압을 넣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그보다 앞서서는 생계형 비리 발언으로 물의를 빚고 박근혜 정부 계엄문건 작성에 관여한 한민구, 이명박 정부 당시 국방부와 국정원을 동원해 댓글조작을 지휘한 김관진이 있다. 이들은 예외가 아니라 하나의 계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국군이 정치적 중립을 표방하면서도 극우적 역사인식을 버리기는커녕 오히려 그것을 계승하고 있다는 데 있다. 홍범도 장군 흉상 논란, 간도특설대에서 독립군을 탄압했던 백선엽을 현충원에 안장하려던 시도가 있었고, 멀리는 쿠데타로 헌정질서를 짓밟은 노태우·전두환·박정희를 아직도 숭앙의 대상으로 모시는 모습이 있다. 국군은 사실상 극우 정치집단으로 행동해 왔으며, 지금까지의 미봉책은 이런 행태를 억제하지 못했다.
국군이 이렇게 행동하는 데는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 문제는 국군의 탄생 그 자체에 있다. 국군의 전신은 해방정국에서 미군의 뜻대로 움직이던 일본군·만주군 출신들을 모아 만든 남조선국방경비대다. 이들은 조선인들이 스스로 세운 좌우합작 통일국가 조선인민공화국과 그 무력이었던 조선국군준비대를 공격하고, 한반도 이남에서 미군정의 점령을 순조롭게 하려는 종미·반민족적 의도에서 태어났다. 태어난 직후부터 이들은 제주 4·3항쟁과 여순항쟁에 투입되어, 미군정의 폭압과 일방적인 단독선거 결정에 항의하던 시민들을 무자비하게 학살하는 미국의 사냥개 노릇을 했다. 그리고 바로 이들이 단독정부 수립 이후 국군의 뼈대가 되었다.
그 출발부터 외세와 그 비호 아래 기득권을 지키려던 자들의 손에서 태어난 국군의 극우성을 극복하려면, 기존 한국군을 해산하고 내란부역세력과 종미세력을 완전히 배제한 채 민중의 참여와 민주적 감시 아래 재창군을 단행해 친일의 역사, 종미의 역사, 반란의 역사를 끊어내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진짜 국민의 군대라는 것이 존재할 수 있다.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은 큰소리를 요란하게 외쳐왔지만, 정작 광장시민들에게 요구받았던 조희대 탄핵과 내란특별재판부 설치 같은 정책은 결국 흐지부지 되었고, 내란청산의 주도권은 계엄을 법적으로 정당화하는 데 복무했던 사법카르텔에 고스란히 넘어갔다. 정부와 민주당은 자신들이 내란청산과 국민주권회복에 대한 열망을 빌어 집권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군 내란청산에서도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고, 주권자의 명령을 제대로 받들어 요식행위가 아닌 진정한 내란 청산을 완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