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를 해체하고 폭동을 분쇄하자!
1. 재선거 논란과 잠실 시위의 전개과정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끝이 났다. 전체적으로 더불어민주당이 선전했으나 당초 분석들에서 제기된 기대수준에 비해서는 다소 부족한 결과였다. 특히 서울시장직을 수행하며 한강버스 논란, 종묘 재개발 논란, 광화문 광장 조형물 논란, 여론조사비 대납 혐의(이른바 명태균 문제) 등으로 강한 비토를 받아온 오세훈 서울시장이 6월 4일 오전까지 접전 끝에 정원호 후보를 꺾고 재선에 성공한 것은 반파쇼 진영에 적지 않은 고민거리를 남겼다.
그러나 서울시장 선거는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불똥이 튀었다. 바로 부실선거 논란이다. 송파구 투표소에서 투표용지 부족으로 본투표가 오전 10시까지 지연되었고, 투표를 포기해야만 했던 송파구 유권자들에게 선관위가 제대로 된 해명을 내놓지 못하는 어이없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이를 계기로 부정선거론을 앞세워 기존 선거제도에 대한 불신을 선동해온 극우 집단들은 투표함 반출을 방해하는 행동에 나섰고, 개표가 끝난 후에도 개표소였던 잠실핸드볼경기장을 포위하며 시위를 이어갔다.
시위 초기에는 선거 운영 과정에서 명백한 실책이 드러났다는 점 때문에, 반민주당 정서를 가진 정치 저관여층이나 우익·극우 성향을 가지면서도 부정선거 음모론과는 거리를 두던 대중들 사이에서도 선관위의 책임을 묻고 재선거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일정한 설득력을 얻었다. 실제로 총학생회의 정치 참여를 불편하게 여기던 대학생들이 총학에 입장 표명을 요구하기 시작했고, 서울 소재 대학 총학생회들을 필두로 이러한 요구를 반영한 입장문이 잇따라 발표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정부와 여당이 합동수사본부를 구성하고 국정조사 및 재선거 실시를 제안하며 온건한 수습 방향을 제시하자, 시위 내부에서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부정선거 음모론과 선을 그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을 한국대학생진보연합 소속 프락치로 몰아붙이며 시위 현장에서 축출하고, 미국에서 부정선거 음모론을 유포하는 극우 인사 모스 탄 등을 초청해 기존 극우 세력이 반복해온 주장들을 되풀이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후 남은 극우 집단들의 행동은 더욱 과격해졌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는 청소년 여자 핸드볼 대표팀이 국제대회 참가를 위해 경기장에서 짐을 챙기려 하자 무언가를 빼돌릴 것이라며 불법적·폭력적으로 몸수색을 강행하고 양말까지 벗기려 한 사건이 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잠실 시위대는 분풀이와 무분별한 폭력 행사를 목적으로 집결한 집단이라는 이미지를 스스로 굳혀버렸다. 여기에 이른바 '지원요청' 밈이 유행을 타고, 시위대 내부 및 일반 시민을 향한 위협과 폭력 행위 등이 연이어 알려지면서 대중의 신뢰를 완전히 잃게 되었다.
2.선관위의 파행운영과 극우 진영의 폭력 행위를 단죄하자.
1차적 책임은 선관위에 있다. 노태악 전 선관위원장은 부정선거 음모론을 신봉하던 윤석열 정권 시절에 이루어진 투표용지 관련 용역 연구를 근거로, 이번 지방선거에서 투표용지 발급량을 대폭 줄이기로 결정했다. 해당 연구의 요지는 기존 방식대로 투표용지를 넉넉하게 인쇄하면 종이가 낭비될 뿐 아니라 부정선거 의심을 살 수 있으니 수량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요컨대 부정선거 담론에 굴복해 안정적인 투표용지 공급 체계를 스스로 무너뜨림으로써 정작 유권자의 수요를 충족하지 못한 것이다. 노태악은 이미 사퇴했지만, 우리는 노태악에게 이 사태에 대한 책임을 명명백백히 물어야 한다.
조희대는 당초 자신의 심복이자 김학의 무죄 선고로 논란의 중심에 선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을 선관위원장에 앉히려 했으나 각계의 거센 비판에 밀려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 대신 노태악의 임기를 연장해주면서 천대엽 기용에 대한 반대 의견을 묵살하는 방식으로 기싸움을 벌이는 꼼수를 부렸다. 또한 이번 사태 내내 제대로 된 대처를 하지 못한 채 심지어 전한길 집단에게 투표함을 탈취당하는 사고를 낸 오민석 서울시 선관위원장 역시 조희대가 임명한 서울지법 법원장이다. 다른 지역 선관위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결국 윤석열 파시스트 집단과 결탁하여 사법내란을 시도하는 등 지속적인 극우에 대한 영합행보를 이어온 조희대 사법 카르텔이 선관위를 장악하고 있었고, 이들의 파행 운영이 이번 부실선거의 본질이라는 것이 명백한 사실이다. 정부는 조희대와 사법 카르텔에 이번 사태의 책임을 강력히 물어야 하며, 사법개혁과 사법부의 인적 청산을 단호하게 진행하는 동시에 기존 선관위의 해체를 수반하는 근본적인 선거관리 체계 개혁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무엇보다 이 사태가 일회성 소동으로 마무리되어서는 안 된다. 내란 잔당 세력은 이번 시위를 통해 자신들이 여전히 조직적 동원 능력을 보유하고 있음을 과시했다. 반내란-반파시스트 민주-진보 진영은 이 위기를 정면으로 인식하고, 구호와 선언에 그치는 가식적 연대가 아니라 실질적인 공동 행동과 조직적 연합을 통해 단일 전선을 구축해야 한다. 내란 청산은 선거 승리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국가기구 내에 잔존한 내란 잔당세력, 정계에 떡하니 남아있는 국민의힘 세력, 전광훈과 손현보로 대표되는 극우 대형교회 세력, 언론과 재계에 숨어있는 내란찬동세력을 물리적으로 완전하게 분쇄하고 그 사회적 기반을 기층 단위에서 최고 지도부로까지 뿌리째 제거할 때 비로소 완성된다. 이 땅에 극우파시즘의 씨앗이 다시는 발붙이지 못하도록, 지금 이 순간의 단호한 행동이 우리에게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