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의 경제정책
무엇이며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코스피가 9000을 돌파했다. 누군가는 환호하고 누군가는 재앙을 예고한다. 환호하는 측은 이재명 정권의 경제정책이 실물경제를 고도로 견인하는 데 성공한 것이라고 분석하고, 재앙을 예고하는 측은 인위적인 통화팽창과 재정정책에 의한 일시적인 외견적 호황에 불과하다고 논한다. 이 두 주장은 모두 일정한 오류가 있다. 전자의 경우, 코스피가 실물경제의 상승과 정비례 한다고 볼 수 있는 증거는 없다. 1인당 소득이나 고용지수, 총자본의 직접적인 이윤을 전반적으로 살펴볼 때 코스피가 폭발적으로 상승한 만큼 실물경제 또한 견인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 후자의 경우에도, 이러한 코스피의 상승이 단순 재정정책과 통화팽창에 의한 것이라고 보기에는 딱히 코스피 상승을 전후로 하여 금리의 대폭 인하나 재정투입의 급상승은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코스피 상승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코스피 상승은 코스피 상승으로만은 설명할 수 없다. 어째서인가? 국가경제의 모든 부문은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코스피 상승은 국가경제의 총노선, 즉 이재명 정부의 경제정책을 통해 설명되어야 한다. 또한, 이재명 정부의 경제정책을 해명하는 것은 코스피 상승을 설명하는 열쇠임과 동시에 좌파로서 앞으로 닥쳐올 경제적 정세를 미리 예측하고 이에 준비하기 위한 필수적인 작업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이 글에서는, 이재명 정부의 경제정책을 분석하고 그 영향을 예측해보고자 한다.
부동산 정책
이재명 정부의 경제정책 중 최근 가장 집중적으로 부각받고 있는 부문은 부동산 정책이다. 또한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단순히 부동산 자체의 문제에 그치지 않고 자본시장 전체의 재편의 의도를 지니고 있기에 더욱 중요하게 다뤄져야 한다.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대출 규제이다. 이재명 정부는 부동산 담보 대출 한도를 과감하게 줄였다. 서울 전 지역을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역으로 지정했는데, 이렇게 지정된 지역들에 대해서는 다주택자의 주택구매 용도의 대출이 사실상 봉쇄되었다. 소유권 이전을 조건으로 하는 전세대출이 금지되었고, 처음 주택을 구매하는 사람들에 대한 대출 한도도 집값의 최대 80%에서 70%로 하락했다. 수도권과 규제지역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매할 경우, 6개월 내로 해당 주택에 실입주를 해야 한다는 의무조항도 신설되었다.
이러한 대출규제 강화는 실수요자 중심의 대출 시장을 만들고자 하는 의도로, 금융시장의 자금흐름이 더이상 부동산 투자로 흘러들어가지 않게 하려는 정책적 방향성을 지니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한국은행은 7월 중에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돈을 빌려서라도 주택을 구매하여 이를 자산증식의 수단으로 삼는 기존의 부동산 투자방식 자체의 매력을 줄이는 결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우회적 공급(도심 내 비주거 건물의 용도변경이나 공공지원 민간임대, 생활형 숙박시설의 주거용도 인정 등)을 대폭 축소하는 한 편, 공공택지 내 주택 공급의 민간의존성을 줄이고, LH의 직접 공급을 확대하며 , 수도권 매입임대주택 공급을 대폭 늘리는 등 부동산 부문의 정부 직접공급을 확대하려는 정책 흐름도 눈에 띄는데, 이는 결국 민간 부동산 부문 자체를 억압하려는 시도이다. 이러한 부동산 부문 전체의 억압은 이재명 정부의 산업정책과도 연결된다.
산업 부양책
이재명 정부의 산업 부양책은 전반적 산업재편과 챔피언 기업에 대한 대규모 지원으로 특징 지어진다. 이재명 정부는 국부 펀드에 기반한 대단위 민간 및 정부 기금 흡수를 통해 삼성과 하이닉스 등의 관료대자본 및, 해당 관료대자본이 자본을 집중하려 하는 반도체 및 AI 부문에 대한 국가규모의 금융투자를 실시하고 있다. 정부가 슬로건으로 내걸고 있는 국민성장펀드 외에도 각종 정책펀드가 조성되고 있으며, 이번 반도체 사이클의 초과이윤으로 인한 초과세수 또한 이러한 정책펀드에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정책펀드의 투자방향은 삼성과 하이닉스에 집중되어 있으며, 상법 개정과 정부 주도의 코스피 견인도 결국 민간부문의 자본을 주식시장, 그것도 관료대자본에 대한 주식투자로 인양하고, 사실상 자금 흐름이 주식투자로 이어질 수 밖에 없도록 금융시장의 경로 자체를 재구축하는 과정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정부는 국가재정으로 용인과 광주 지역의 반도체 클러스터에 수반되는 인프라를 하이닉스 대신 건설해주고 있기도 하다. 결국은 전략산업에 대한 국가자본 및 민간자본의 총동원을 통해 신산업 부문을 키우려는 것이다. 결국 국제시장에서의 경쟁을 위해 대규모 국가투자가 필요한 삼성과 하이닉스 등 관료대자본 등의 요구를 국가가 전폭적으로 수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를테면 이재명 정부는 금리인상을 예고하고 부동산 부문에서의 대출한도를 강력하게 규제하면서도 미시적 대출 완화라는 미명 하에 기업대출, 특정 전략산업부문 대출은 크게 완화하는 등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와 동시에 이재명 정부는 전반적 산업 구조조정을 준비하고 있는데, 이미 기업활력특별법을 통해 ‘위기산업’과 ‘과잉공급산업’에 놓인 기업의 업종변화 및 산업재구축에 대한 지원 및 세재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즉, 국가가 주도하여 각 기업들에게 사실상의 구조조정을 유도 및 요구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결국 ‘비생산적’ 부문에 몰려 있던 자본을 첨단 부문으로 반강제적으로 이전하려는 시도인데, 정부는 기업들에 대한 지원정책을 제시할 뿐 구조조정에 필연적으로 수반될 실업 문제에 대한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의도적인 국가주도 코스피 부양은 이러한 산업 구조조정에 수반될 전방위적 경제타격을 방지하기 위해 미리 금융적 완충재를 세워놓으려는 시도로 보인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지역화폐 지급 등의 헬리콥터 머니 정책은 재분배 정책의 외피를 띄고 있지만 이는 본격적 구조조정 단계에 돌입할 시 발생할 수 밖에 없는 대중의 소비력 감소를 미리 완충시키기 위한 용도일 뿐, 실질적으로 노동자들의 임금과 권리를 향상시키거나 생활수준을 높이기 위한 정책이라고 볼 수 없다.
한 편, 이재명 정부는 소위 ‘주권 AI’ 구축을 위해 엔비디아와 대규모 계약과 협력관계를 맺기 시작했는데 주권 AI는 외형적으로는 경제주권이라는 외피를 띄고 있지만 그 실질을 보면 국가공공데이터를 엔비디아의 해외 클라우드를 거치게 하고 엔비디아의 전용 개발 플랫폼인 CUDA에 첨단산업생태계를 종속시키며, 주권 AI 체계의 유지보수를 위해 끊임없이 엔비디아로부터 하드웨어를 수입해야만 하는 구조를 생산하는 등의 문제, 즉 첨단부문의 종속심화 문제를 수반하고 있기도 하다.
총론
이재명 정부의 경제정책을 종합적으로 살펴볼 때, 우리는 이재명 정부의 장기적 방향성을 다음과 같이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첫째는 민간자본의 반강제적 이전과 정부자본의 막대한 투입을 통한 반도체 및 AI부문에 대한 전략투자이다. 그리고 이러한 전략투자는 당연하게도 공공부문이나 자립적 국민경제 부문이 아닌 삼성과 하이닉스를 비롯한 관료대자본, 즉 지분과 라이센스 관계, 공급망 상에서의 관계, 그리고 금융 관계 하에서 미제국주의에 깊숙히 종속되어 있는 재벌 집단을 대상으로 한다. 이는 신산업에 대한 장기적 양성정책으로 포장되어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국부의 해외유출이며, 관료대자본에 의한 시장독점을 심화시키는 조치이다. 또한 이러한 집중투자의 방향성에 있어서 미국 중심 첨단공급망을 탈피하거나 최소한의 공급망 다각화의 장기전략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결국은 대리생산을 비롯한 상대적 저부가가치 산업으로의 산업집중 현상은 탈피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둘째는 대규모 산업재편과 구조조정이다. 공급 과잉 및 장기 불황에 시달리는 석유화학 및 철강 산업을 중심으로 정부의 강도 높은 산업 구조조정과 사업 재편이 본격화되고 있다. 정부는 ‘선 자구노력 후 정부지원’을 내세우고 있는데, 이러한 ‘자구노력’이란 무엇인가? 한국 경제에서 기업의 자구노력이란 언제나 대량해고, 정리해고였다. 아직 그러한 ‘자구노력’이 전산업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되지는 않았지만 정부는 ‘자구노력’을 공공연하게 기업들에게 요구하며, 그 이후의 업종변경지원을 약속하고 있다. 이재명 정권의 임기 내로 대규모 구조조정과 정리해고가 일어날 것은 사실상 이미 예고된 바나 마찬가지이며, 정권은 실업문제와 해직문제를 향후 어떻게 처리하고 직장을 잃은 노동자들을 어떻게 공공고용체계로 흡수할 것인지에 대한 전망을 조금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정책 흐름 상으로 볼 때, 이재명 정권은 결국 정부 주도의 헬리콥터 머니(그마저도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피해는 노동자민중이 모두 감당해야 할)로 대중의 소비력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수준으로 후속대응을 마칠 것으로 보인다.
셋째는 엔비디아를 비롯한 미국 자본에 대한 국가적 종속의 심화이다. 특히 한국과 같이 반도체 대리생산을 주된 첨단부문으로 삼는 국가의 경우 엔비디아 생태계와의 수직통합은 결국 국가의 첨단산업 전체를 해외에 직접적으로 종속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주주 위주의 상법개정, 국가주도의 외국인직접투자 확대 및 장려 정책 또한 결국은 자립적 국민경제의 건전한 함양보다는 종속심화를 통한 외견적 경제지표 향상의 목적성을 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우리의 혈세, 우리의 공동자산인 국가자산을 관료대자본에게 각종 정책펀드와 국가대출, 지원금을 통해 관료대자본에 대가 없이 가져다 바치려는 현 정부의 정책에 반대해야 한다. 특정 산업에 국가지원이 필요하다면 국가지원을 대가로 그 산업에 대한 공공부문, 공공지분 확대를 요구해야 한다. 지원은 나라에서 받아먹고 공장은 해외에 세우는- 한국 관료대자본들의 오랜 관행을 확고하게 제재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
구조조정에 반대해야 한다. 우리의 산업시설을 헐값에 외세에 넘기고 그 돈으로 자본만 다른 업종으로 도망간 후 평범한 노동자대중은 정리해고의 대상이 되는 그런 종류의 산업 재편을 우리는 묵과해서는 안 된다. 정부가 뿌리는 약간의 지역화폐와 실업급여로는 우리의 삶을 꾸려나갈 수 없다. 구조조정이 아닌 공공화, 노동자민중 주도의 산업전환이 필요하다. 국가핵심산업이자 인프라산업인 석유화학산업과 철강산업은 숙련된 노동자들의 참여 하에 이 참에 완전한 공영화를 이뤄내야 한다.
‘주권 AI’를 참칭하는 엔비디아로의 국가 전방위적 종속을 막아서야 한다. 국가의 공공데이터와 기술데이터는 우리 민중 전체의 것이지 정부가 마음대로 외세 기업에게 넘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앞으로 수십년 간 하나의 외세 기업으로부터 하드웨어를 공급받아야만 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 또한 이런 식으로 쉽게 결정해선 안 되는 일이라는 것이 보편적 상식이다. 이를 막아서지 않으면 한국경제는 영원토록 엔비디아의 하청단지 신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될 것이다.
전체 운동은 이재명 정부의 자본영합적이고 외세의존적인 망국적 정책들에 대한 대응을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즉 관료대자본에 대한 집중투자를 반대하고, 대규모 구조조정을 막아서며, 핵심인프라산업의 공영화를 요구하고, 첨단부문 종속심화 가로막기 위한 운동을 기층으로부터 조직해내야 한다. 건전하고 자립적인 국민경제, 노동자민중이 참여하는 공공경제에 대한 요구는 우리의 최소강령이 되어야 할 것이다.